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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Oct 07. 2022

나도 모르는 내 마음

현꿈의 글 '열여드레'

       우리들의 글자국, 열두 번째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아프다고     


                      현꿈

    

툭 터져버린 마음

꿰매야 해


메스!

여깄습니다

수술 시작

봉합 완료


호~ 호~

다 됐다

그래도

덧나지 않게 조심해야 해


한 번 터진 곳은

또 아프기 쉬우니깐

상처가 곪지 않게 지켜봐야 해


그러니 괜찮은 척 말고

마음껏 아파해

참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 말해




 행복한 마음, 즐거운 마음, 슬픈 마음, 힘든 마음, 아픈 마음, 우울한 마음, 다정한 마음, 따뜻한 마음, 차가운 마음, 차분한 마음 모두 내 마음입니다. 이번 주제는 ‘마음’입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해봅시다.


내 마음을 시로 써

붕어빵   

  

나는 붕어빵처럼

속을 알 수 없다


크림인지

팥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붕어빵


속을 알아내 보려

안간힘을 써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내 마음


하루는 기쁘고

하루는 우울하지만


그만큼

내 하루는

보람 있다



알 수 없는 내 마음

 참 알쏭달쏭하다. 내 마음인데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적 참 많다. 알다가도 모를 마음이다. 이 아이는 그런 자신을 붕어빵이라 표현했다. 속을 알아내 보려 안간힘을 써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마음이란다. 팥인지 크림인지 알 수 없다는 이 아이의 마음은 복잡한가 보다. 그래도 나는 이 아이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아이의 마음은 항상 예쁘니. 기쁜 하루도 있고 우울한 하루도 있지만 그만큼 내 하루는 보람 있다는 마지막 구절에서도 이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때론 자기 마음이 가장 어렵기도 하다.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때는 명확한 마음인데 내 눈에는 뚜렷이 보일 것도 흐리게 보인다. 한 발짝 물러서면 잘 보일까? 마치 가까이서 보이지 않았던 숲의 모습이 멀리서는 한눈에 들어오듯 말이다. 마음이란 참 어렵다.


 내 눈에 아이들의 마음은 참 깨끗하다. 저 깊은 산골짜기 계곡에 흐르는 물 같다. 때 묻지 않은 맑은 물이다. 투명한 물처럼 속이 다 비친다. 그래도 아이들은 나름 복잡하겠지? 자기 마음이 제일 어렵겠지? 가끔은 따뜻했던 물이 미지근해지기도 차가워지기도 하고 꽝꽝 얼어버릴 때도 있겠지. 투명한 유리구슬 같던 마음이 뿌옇게 보이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어떤 마음인지 들어봐야겠다. 선생님한테 와서 말해주겠니?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는 내가 너의 마음을 잘 알 수도 있으니.



내 마음은 ○ △

○는 행복, 기쁨, 설렘  

△는 슬픔, 아픔

☐는 짜증, 화

○ △  로 마음을 표현했다.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게임, 축구할 때, 놀러 갈 때 ○가 되고 축구할 때 크게 다칠 때 △가 되고

축구할 때 누가 방해해서 잘되지 않으면 가 된다. 마음을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표현하다니 재치 있다. 우리 반 장난꾸러기의 속마음은 이렇게 모양이 있구나. △, 가 되는 날은 별로 없고 ○인 날이 많아 좋구나.



지금 나는, 행복지수 상승 중

 어떨 때 행복한가요? 얼마나 행복한가요? 행복감을 행복지수로 표현했다. 아주 행복하게 놀 때, 여러 사람과 함께할 때, 놀이공원에 갈 때 행복하단다. 아주 행복할 때는 바로 금요일일 때라며 ‘나는 행복해!’라는 시 제목처럼 행복한 일이 가득한 아이의 시였다. 하늘 높이 치솟는 행복지수의 화살표처럼 아이의 행복이 항상 저 높은 지붕을 뚫었으면 좋겠다.


 다른 아이들은 어떨 때 행복할까? 즐거울까? 내일 생존 수영 수업하러 가는 것이 너무 좋고 떨린단다. 벌써부터 내일을 기대하며 신나게 학교에 오는 아이다. 내일 아침도 큰 목소리로 밝게 인사하며 등장하겠구나. 가족과 맛있는 걸 먹을 때, 친구와 놀 때, 잠을 잘 때, 주말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도 있었다. ‘이렇게 행복은 기타 줄들처럼 많아요. 행복은 좋습니다.’ 어떻게 기타 줄이란 생각을 했을까? “00아 혹시 기타 칠 줄 알아?” 아니란다. “근데 기타 줄이 생각 난 거야?” 이유는 없고 생각이 났단다. 신나게 기타 치는 베짱이를 생각했을까? 기타 치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행복과 기타가 닮았을까? 아이들의 생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의 매력이 있다. 통통 튀는 아이들의 생각은 아이들을 닮았다. 오늘은 또 어떤 재미난 생각을 했을까? 아이들의 생각을 기대하며 오늘도 시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 행복이 기타 줄처럼 많다는 아이가 또 나를 빙긋 웃음 짓게 한다.



숨기는 마음

 매일매일 한 개씩 숨기는 마음 무엇이 있을까요? 매일 학교와 학원에 다니며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숨기려고 노력한다. 슬픈 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아플 때, 화날 때, 우울할 때 사람들은 마음을 숨긴다. 왜 마음을 숨겼을까 궁금하지만, 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런 내 마음도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령 누구를 위해서였다 해도.     



때론 울어야 해

 행복한 마음을 표현한 시도 많았지만 힘들었거나 아팠던 마음을 표현한 아이도 많았다. ‘참다 참다 갑자기 확 터져버렸다. 꿰매면 상처가 없어질까?라는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병실이었다. 하얀 지붕 푹신푹신한 침대 그런데 가슴이 아프다. 나도 모르는 사이 가슴을 꿰맸나 보다. 마취가 풀린 건가?’, ‘툭 터져버린 마음 꿰매야 해. 나의 마음이 버텨야 해. 꿰매고 꿰매 봐도 풀어진다. 슬픈 마음이 넘치나 봐.’


 사실 펑펑 울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괜찮아지며 진정될 때가 있다. 어째서 울음을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까? 우는 것이 스트레스와 감정적인 고통을 방출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쌓였던 감정이 해소되는 울음은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혹시나 우는 모습 남이 볼까 봐? 창피해서? 울 나이는 지났다고? 내가 맡은 책임과 지위 때문에? 다들 남한테 그렇게 관심 없다. 울어도 되는 나이, 울면 안 되는 나이 따윈 없다. 체면 신경 쓰지 말고 울어라. 혼자 있을 때라도 울어라. 오랫동안 감정을 억압하며 눈물을 참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아픈 마음도 내 마음이라 마음껏 표현해야 한다. 밖으로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참지 말고 감정을 표현하자. 울고 싶으면 눈물이 나오도록 내버려 두자. 울어도 괜찮으니까. 울음은 치유의 능력이 있으니깐.      


“사실 우는 것은 괜찮다. 울음으로써 우리는 분노를 해소하고, 눈물은 흐르는 시냇물처럼 우리 가슴을 씻어낸다.”
-오비디우스-


내 마음은 여러 개

 행복, 즐거움, 슬픔, 우울한 마음 등 많은 마음이 있지만 이런 마음들 다 정리하고 싶다. 마음이 너무 많으면 정리하려면 오래 걸린다는 이 아이는 많은 마음들로 복잡할 땐 마음을 정리하고 싶나 보다. 하지만 어릴 때 즐거웠던 마음,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 친구들과 놀 때 행복했던 마음들은 다 정리할 수가 없단다. 이런 마음은 절대 사라지지 않도록 꼭꼭 담아 계속 기억하길.


 연기가 솔솔 나는 따뜻한 코코아처럼 따뜻한 마음, 수영장 밖에 나오면 추워 온몸이 떨리는 마음, 꽁꽁 언 것 같은 차가운 마음, 보석이 내리는 것 같은 눈물이 흐르는 마음. 이렇게 빗대어서 설명해 본 섬세한 마음들도 있다. 오늘도 내 마음에 새로운 마음이 추가된다. 사람의 마음은 여러 개고 오늘도 내가 아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들이 내 마음속에 하나둘 더해지고 있다.

말로도 표현 안 되는 이 마음들도 다 내 마음이다.




마음 지우개   

  

나의 마음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요


나는 슬픈 기억

나쁜 기억들을 지우는

마음 지우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마음 지우개로

슬픈 기억들을

모두 지우고

좋은 기억들만 남으면 좋겠어요



마음 지우개가 있다면

 연필로 글을 쓰다 틀렸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박박 지우고 다시 쓰면 된다. 간혹 흔적이 남더라도 괜찮다. 그래도 지우개로 지워지는 게 어디야. 마음도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면 좋겠다. 마음 지우개로 슬픈 기억, 나쁜 기억 지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기억들만 남길 수 있다면 내 마음은 한없이 행복할 텐데. 마음 지우개라니, 내 마음을 돌아보다 마음 지우개를 생각해냈다. 아이의 눈에는 마음이란 곳에도 지우개가 필요한가 보다. 지우개로 열심히 지워도 흔적이 남을 수도, 박박 지우다 찢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울 수만 있다면 마음 지우개가 좋겠다. 나도 갖고 싶다. 마음 지우개.



내 마음, 시로 써보니

 마음은 왜 마음대로일까? 마음은 왜 마음대로 흔들릴까? 그러게 말이야. 마음이란 요놈 참 어렵다. 우린 생각보다 내 마음을 잘 모른다. 내 마음인데도 더 어렵다. 왜 그럴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살펴줘야 하는데 미처 하지 못해서? 애완동물 마음은 읽고 싶어 하고 반려 식물에게 물은 꼬박꼬박 챙겨주면서도 내 마음은 못 챙겨서?


 그래서 이번 시 주제인 ‘마음’에 대해 써보며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이제 내가 느끼고 있는 마음을 알겠어. 나는 즐거운 마음을 느끼고 있는 거야’라고 썼다. 자신의 마음을 알겠다니 이 시를 쓰며 아이에게 나타난 변화에 행복했다. 즐거운 게 가득한 지금 마음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시를 읽고 쓰면 나도 모르게 감성적으로 변한다. 어느덧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된다. 영혼의 살이 찐다. 시를 읽고 쓰며 우리 반 교실이 서로의 마음들로 채워지고 있다. 시로써 아이들의 영혼이 따뜻하게 채워지면 나는 더 바랄 게 없다.




아직은 글쓰기가 낯설고 어렵지만,


이런 글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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