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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Nov 11. 2022

나는 달라, 남달라

특별한 나를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아


샛노란 표지, 단 하나, 느낌표

  샛노란 표지에는 단 하나, 느낌표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처럼 표정을 가진 이 느낌표는 웃고 있다. 문장부호 중 느낌표에 대한 이야기일까? 느낌에 관한 책일까? 활짝 웃고 있는 느낌표를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다. 느낌표가 내 눈길을 사로잡아 책장 많은 그림책 사이를 비집고 꺼내 들었다.


  감탄문, 감탄사의 끝에 쓰인다. 이거 정말 용하다! 덕분에 감탄, 놀람이 확 와닿는다. 명령문, 청유문에도 다른 사람을 부를 때도 사용된다. 모두 느낌표다. 문장부호인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중에서도 느낌표가 주인공인 이야기라. 구미가 당긴다. 표지를 넘기니 첫 장은 세로로 길게 펼쳐 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책의 제본선을 넘나드는 구성 참 좋다. 줄글 공책처럼 줄이 그어져 있는 배경도 신선했다. 줄 공책에 줄 맞춰 선 글과 그림을 보니 문장부호들이 사는 곳이 공책 속 같다. 주인공인 느낌표, 친구 물음표, 마침표가 등장인물이다 보니 제집처럼 배경과 잘 어울렸다.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 탐 리히텐헬드 그림, 『느낌표』, 용희진 옮김, 천개의 바람, 2021년


느낌표의 발견

“느낌표는 처음부터 무척 눈에 띄었어.”

  느낌표는 마침표들 사이에서 늘 눈에 띄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마침표들 사이에 있어도 삐죽 튀어나온 꼬리가 숨겨지지 않는다. 기다란 막대가 머리 위를 턱하니 차지하고 있다. 누워서 자고 있을 때만 눈에 띄지 않았다. 이게 뭐람. 느낌표는 자기만 다른 게 싫었다. 마침표 친구들과 비슷해 보이고 싶었다. 꼬리를 꼬불꼬불 구부렸다 몸을 뒤집어도 보고 별걸 다 해 봤다. 온 생쇼를 해도 마침표 친구들처럼 될 수 없었다. 기분이 엉망이고 속도 상했다.


  이때 느낌표의 모습이 참 다양하다. 느낌표는 표정뿐 아니라 꼬리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때의 우리를 표현한 것 같다.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꼬여 풀기 어려운 상태다. 잔뜩 풀이 죽은 것도 축 늘어진 꼬리로 표현했다. 보고 있으니 감정 표현에는 느낌표의 꼬리가 제격이다. 다른 마침표들은 얼굴에만 표정이 드러나지만, 느낌표는 꼬리로도 표현할 수 있다. 활처럼 휘기도, 꾸불꾸불 구부리기도 하고 엉키기도 한다. 바짝 세우기도 하고 도망칠 때는 보따리를 꼬리에 이고 간다. 오히려 멋진걸. 그래도 느낌표는 싫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변화가 찾아온다. 물음표와 함께. 냅다 다가와 “안녕? 이름이 뭐야?” 해맑게 묻는다. 배경은 그대로인데 물음표가 등장하니 환해진 것 같다. 물음표는 기다렸다는 듯 잔뜩 질문한다. 숨도 안 쉬고 조잘대는 게 나 같다. 쉴 새 없이 던지는 질문들에 느낌표는 당황한다. 대답할 틈도 없이 질문을 쏟아내니 느낌표가 견딜 수 없었나 보다. “이제 그만!”하고 소리친다. 이 소리에 자기가 가장 놀란다. 이렇게 소리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단다. 느낌표의 울부짖음에 물음표가 놀라 자빠질 줄 알았는데 도리어 물음표는 묻는다. “어떻게 한 거야? 또 할 수 있어?”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물음표다. 물음표는 느낌표의 큰 목소리가 신기했나 보다.



  처음 느낌표는 자신 없는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자신이 이렇게 크게 소리칠 수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이 일을 계기로 느낌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척 많다는 걸 깨닫는다. 늘 작고 기어가는 목소리였던 느낌표는 내 마음을 이렇게 시원히 외치는 게 꽤 좋다는 걸 느낀다. 조금 더 큰 소리를 내본다. “안녕!” 그다음엔 힘껏 소리쳐본다. “우아!” 이젠 신나서 꼭꼭 숨겨 둔 말을 모두 외친다. 이때 나오는 말들이 다 좋다. “야호! 진짜 재밌다! 잘했어! 최고야! 그래! 멋져! 정말 대단해! 고마워! 예쁘다! 훌륭해! 시작! 한 번 더! 놀랐지!” 작았던 “안녕!”은 어느덧 큰 “안녕!”이 되었다. 뒤에 느낌표가 여러 개 연달아 붙을 것 같다. 느낌표의 커진 목소리, 자신감만큼 글자 크기는 커지고 색깔은 다양해졌다. 느낌표가 망설임 없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느낌표 정말 대단하지 않니?”


“응, 진짜 대단해.”


느낌표는 이제 당당하고, 씩씩하게 자기만의 자국을 꾹 남긴다. 끝!


  느낌표는 이제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고 당당하게 내뱉는다. 느낌표가 자신이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 깨달아 기뻤다. 마침표는 마침표대로 느낌표는 느낌표대로 물음표는 물음표대로 가치 있다. 마침표가 정답이 아니었다. 어쩜 어떤 마침표는 느낌표를 부러워했을 수도 있다. 내 눈에 좋으면 됐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 된다. 우리도 남다른 나를 사랑하며 세상에 내 자국 꾹 남기며 살자. 내 자국은 남과 다르니. 자부심을 갖고. 더 멋지게.



우리 모두의 마음속 느낌표

  나는 느낌표를 좋아한다. 어떤 문장이든 마지막에 느낌표를 찍으면 느낌이 다르다. 문장의 맛이 살아난다. 더 생동감 있고 밝다. 그런데 자신의 이런 특별함을 느낌표는 알지 못했다. 아이들이 느낌표 같다. 친구들과 있으면 하나라도 똑같이 하고 싶어 한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비슷해 보이고 싶어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 있다 보면 남들과 다른 자기 모습보단 남들과 비슷한 자기 모습에 안도한다. 그게 편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른걸. 느낌표보다 더 다양하다. 학창 시절에는 튀지 않아야지. 그런 건 없다. 오히려 이때 나다움을 인정받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 달라도 된다. 튀어도 된다. 원래가 통통 튀는 아이들인걸. 같지 않아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면 된다. 한창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나이인 아이들이 방황하고 고민하더라도, 끝엔 느낌표처럼 나만의 특별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어색하고 낯간지러워도 거쳐야 할 과정이다.



물음표 같은 존재, 내 곁에

  어쩜 이 책에서 주인공은 느낌표지만 물음표의 역할도 컸다. 물음표가 속상해 풀이 죽은 느낌표에게 다가가 계속 물었다. 물음표라는 이름에 걸맞게 질문이 끝이 없다. 우리 반 아이들 같은걸. 내 한 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감탄에 질문에, 이에 질세라 그냥 아무 말도 같이 와다다다 쏟아내는 우리 반 아이들 같다. 이런 물음표의 끊임없는 관심 덕에 느낌표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었다. 느낌표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했다. 느낌표가 갑작스레 커진 자신의 목소리에 놀랄 때도 물음표는 다시 할 수 있겠냐며 느낌표를 북돋아 주었다. 마침표 친구들에게 느낌표 정말 대단하지 않냐며 자기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친구라는 존재의 진가가 드러난다.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존재. 물음표 같은 존재가 당신 곁에 있는가?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딛기 위해 누군가 손 내밀어준다면, 아니 작은 관심이면 충분하다. 단 한 명이라도 이렇게 옆에서 바라봐준다면 우리는 훨씬 잘 해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나는 물음표 같은 사람인가? 누군가에게 물음표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그렇게 살을 에는 추운 겨울 같은 날도 함께 따뜻하겠다.



  내가 좋아한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 중 이 대사가 떠오른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질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 떠밀어 준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간 순간이다.”

아득한 절벽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다면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 떠밀어 주면 좋겠다. 단 한 명이라도 그 사람에게는 세상 전부가 될 테다.


  “맞다. 내가 고맙다고 했나?”라는 느낌표에, “얘 좀 봐! 여기서 질문은 나만 할 수 있거든!”라는 물음표까지 유쾌했다. 그러게, 느낌표는 느낌을, 물음표는 물음을 말하더니 마지막은 느낌표는 물음표로 물음표는 느낌표로 끝맺었다. 옆의 친구와 함께 나를 사랑하게 된 느낌표가 참 행복해 보인다. 그림도 글도 적은 그림책이었다. 참 간단하지만 재밌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 아이들이 읽으면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책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나만 왜 다르지? 나만 남달라!

  남들과 달라 속상하거나 왜 나만 이렇지 하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런데 어쩌겠어, 이게 나인걸! 날 때부터 우리는 다 다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며 같아지려 노력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어울려 살아가야 하지만 같아질 필요는 없으니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누가 싫어하나? 그렇게 나를 바꿔가며 사귄 친구는 내 친구가 맞을까? 나는 나다. 남이 되려고 하지 말고 나답게.


  이 책은 느낌표를 통해 자기만의 특별함을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학교라는 곳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는 곳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다.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가치 있게 쓰면 좋겠다. 나만의 당당함으로 멋지게, 굳건히 설 수 있게.


     

느낌표와 내 감정을 말해봐

  동그란 머리 안에 다양한 표정들을 보고 있으니 마침표도 마냥 같지는 않다. 다 다른걸. 느낌표 너만 다르다 걱정할 필요는 없겠는걸. 모두 다르게 생겼고 다르게 쓰이지만 쓰임이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친구들이랑 너만 뭔가 다르다 느낀 적 있어?"

"너만 다른 게 어땠어?"


  나도 누군가를 닮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그래서 어떻게 했었지? 떠올려보자. 그리곤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나는 언제 어떤 기분인가?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감정을 표현하고 감탄사를 뱉을 때 꼭 필요한 느낌표다. 느낌표를 활용해 ‘이럴 때 나는 어때요.’ 감정 문장을 써보고 싶다. 그리곤 친구에게 느낌표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칭찬도 좋고 평소 하지 못했던 말, 숨겨뒀던 나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오늘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며 한데 얽히며 살아간다. 우린 다 다르지만, ‘같이’ 살아가며 ‘함께’를 배운다.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글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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