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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Dec 10. 2022

꼭꼭 숨는데 그래도 찾아줘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숨는 자, 찾는 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바꼭질은 전 세계 어린이가 좋아하는 놀이가 아닐까? 숨을 때는 재밌다. 빨리 뛰어가서 저 멀리 꼭꼭 숨어야지. 숨소리도 작게 내며 들킬까 조마조마하면서도 나를 끝까지 못 찾는 건 좀 곤란하다. 이러다 나만 못 찾고 그냥 떠나버릴까 걱정도 된다. 술래가 돼서 찾아야 할 때는 혼자 남아 뒤돌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크게 외치며 어디 숨었을까 고민되지만 숨는 시간이 끝나고 “이제 찾는다!” 외치면 신난다. 이제 나의 차례가 시작된 것만 같아 기대된다. 과연 어디에 숨었을까? 내가 다 찾아주마. 여기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휙 들춰 보지만 없다. 그럼 저기에? 없네. 그렇게 예상은 빗나가고 진짜 어디지? 못 찾겠다 싶을 때쯤 여기다! 찾았다!


앤서니 브라운, 『숨바꼭질』, 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7년 (이미지 출처: YES 24)


여기 이 장면

  추억의 국민 놀이, 어린 시절 누구나 해봤을 숨바꼭질이다. 여럿   명이 술래가 되어 숨은 사람을 찾아낸다. 술래에게 들켰다? 그럼 다음 술래가 된다. 어렸을  숨바꼭질은  재밌었지.  책은 내가 숨바꼭질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누나 따라 술래가 되었다가 동생 따라 꼭꼭 숨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술래를 기다리게 된다. 나한테 오지 마라. 나한테 오지 마라.


며칠 전 강아지 ‘골디’가 사라졌다. 왜 사라졌을까? 누나 ‘파피’와 동생 ‘사이’는 시무룩해한다. 앉아서 뭘 할지 궁리 중이다.


“우리 놀까?”

“그런데 뭐 하고 놀지?”


카드놀이도, 괴물 놀이도 생각했지만, 결국 아닌 걸로. 그럼 정말 뭐 하고 놀지?


“숨바꼭질 어때?”

“그거 좋은데! 네가 숲속 깊이 갈 수 있을 만큼 가면, 내가 찾을게.”


동생이 숨기 시작했고, 누나는 수를 센다. 여기라면 누나가  찾겠지? 동생은 나뭇가지 더미 속에 숨었다. 진짜 꼭꼭 숨었네. 누나는 동생이 여기 숨었을 거라며 쉽게 보지만, 확신에  예상과 달리 동생은 보이지 않는다.  나무 뒤에도, 나뭇더미 뒤에도, 쓰러진 나무 뒤에도 동생은 없었다. 무섭지만 동생을 걱정하며 숲속  깊숙이 들어간다. 동생은 계속 몸이 부르르 떨리며 화장실이 가고 싶지만 참는다.  숨어 있으면  이럴까? 누나가  찾기 너무 어려울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누나가 와서 어서 날 찾으면 좋겠는데. 날 두고 혼자 가면 안 되는데...’

‘이제 점점 추워지는데. 집에 가고 싶어.’


초조해지던 그때, 어떤 소리가 들린다. ‘저게 무슨 소리지?’ 역시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서운 법이다. 점점 어두워지고 누나는 자신을 찾지 못하는데 화장실도 급했더니 이 이상한 소리는 괴물 소리로 들린다. 어떡하지? 불안에 떨며 두 손을 턱 밑에 모으고 한껏 몸을 움츠려 겁에 질린 그때, 눈앞에 보인 건 우리 집 강아지 골디였다. 다행이다. 처음에 사라졌다는 강아지 골디가 귀여운 표정으로 혀를 내밀며 사이의 품을 향해 달려온다.


찾았다! 너희  ! 진짜 얼마나 걱정했는데!”


정말 골디도 돌아오고, 모든 게 다 잘 되며 이야기가 끝났다. 파피와 사이는 둘이 나갔다가 골디까지 찾아 셋이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신나게 집으로 뛰어간다. 마치 돌아가길 기다렸다는 듯이. 역시 집이다. 이 책의 마지막인 이때가 이 책에서 가장 색감이 밝다. 원래 이런 색감의 책이었나 싶을 정도로 온통 초록빛의 푸른 들판에 아이들의 모습도 한결 밝고 발걸음도 가벼워 보인다. 모두가 행복한 따뜻한 결말이다.


출판사 책 소개 사진 (이미지 출처: YES 24)


책을 읽곤

  우리는 숨고 싶을 때도 있고 막상 숨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을까? 마치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기 싫은 마음이다. “  혼자 내버려 말엔 ‘그래도 나를  봐줘. 나를 위로해줘.’ 숨어있지 않을까? 숨바꼭질도  그렇다. 숨어라 해서 꼭꼭 숨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만 찾지 못한다면? 결국 나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가 버린다면? 나만 덩그러니 남아 후회할  같다. 이렇게 깊숙이 숨는  아니었는데. 원망할  같다. 그렇다고 진짜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  아직 여기 이렇게 있는데. 기다리고 있는데.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는 사람 간의 관계도 어딘가 숨바꼭질 같다. 밀고 당기기는 피곤하지만, 숨바꼭질은 재밌을 것도 같다. 진짜 혼자이고 싶을 때는 잠깐 꽁꽁 숨어버리고 함께이고 싶을 때는  보이는 곳에 숨고 애매할 때는 찾을    애매하게 숨어있는 거야. 술래가 나를 바로 찾지는 못해도 영영 찾지 못하지는 않게.


  숨바꼭질의 배경을 숲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숲에는 나무들 빼고는 뭔가 없어 숨기에 좋지 않을  같은데 말이다. 지금  책에서처럼 잎이  떨어진 겨울의 숲은  춥고 쓸쓸할 것도 같고. 숲은 하늘에 닿을  길게 뻗은 나무들만 즐비해 여기가 아까 그곳인가? 왔던  같은데? 빙빙 돌며 헤매다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둑해지면 으스스한 분위기에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다. 어두운 , 숲에서 쫓기는 주인공이 그려진다. 아이들에게 숲은 낮에는 밝은 햇살에 높은 나무, 새의 지저귐이 기분 좋은 푸른 숲이었겠지만, 밤에는 뭔가 으슥한 나무 뒤에서 괴물이 나타날 것만 같아 무서운 곳이겠다. 그래서 숲이 배경인가 보다. 이상한 소리에 괴물이 아닐까 불안에  , 긴장감이 조성되었다 한순간에 풀리며 다행이다 내심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였다. 나도 같이 긴장하며 읽었지만 결국 괴물도 낯선 사람도 무서운 것도 아닌 기다렸던 애완견 골디였다니. 처음 책을 읽을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분명 읽었음에도 이상한 소리가 강아지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숲에서 가족을 다시 찾아 모두 기쁜 결말이었다. 만약 다른 배경이었다면 어땠을까? 학교에서 숨바꼭질? 집에서 숨바꼭질? 어떤 다른 내용이 펼쳐졌을까 궁금하다.



아이들과 이렇게

  책을 읽다 나뭇가지 더미 사이에 얼굴이 보이길래 이게 뭐지 하다 뒤에도 뭔가 보이길래 설마 숨은그림찾기? 했는데 맨 뒤에 보니 책을 읽는 독자들이 책에서 숨바꼭질을 할 수 있는 숨은그림찾기가 있었다. 작가도 그림책 중간 어딘가에 그림을 숨겨 그려 넣으며 재밌었을 것 같다. 작가가 독자에게 선물하는 하나의 놀이였다. 숨은 그림이 있는 책이라 ‘숨바꼭질’이라는 책에 걸맞은 장치였다. 책을 다 읽고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지 않고 이 책에 꼭 맞는 놀이인 숨은그림찾기를 하며 마음을 달랠 수 있겠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본 뒤 숨바꼭질도 좋지만, 숨은그림찾기를 해보고 싶다. 몸을 숨길만한 곳이 많이 없기도 하고 위험할 수도 있으니 숨은그림찾기를 해보면 어떨까?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글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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