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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Dec 05. 2022

상자 세상에 갇혀

있잖아, 나는 나무였다


윤여림 글, 이명하 그림, 『상자 세상』, 천개의바람, 2020년 (이미지 출처: YES 24)


표지를 보니

  택배 송장까지 붙은 당일배송 상자가 표지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이 상자는 사람처럼 표정을 가지고 있다. 웃는 표정도 아니고 어딘가 딱딱한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있다. 입 안에는 구름인가? 하늘이 보인다. 상자 중에서도 택배 상자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 예측해볼 수 있다. 보내시는 분에 작가님이 적혀있다. 받으시는 분이 세상의 모든 독자님이라니 얼른 읽어보고 싶다. 요즘 어디서나 보이는 게 택배 화물차다. 아침부터 택배차들이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돌며 분주하게 택배들을 집 앞으로 배달한다. 한 번씩 문이 열린 택배차 안의 상자들을 보면 놀란다. 정말 많이 시켰구나. 그 큰 화물차에 택배 상자들이 가득하다. 택배 회사별로 어느 집 할 것 없이 문 앞에 쌓여있는 게 택배 상자다.



여기 이 장면

  “띵동, 택배 왔습니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리다. 잔뜩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택배 상자를 품에 안고 들어온다. 근데 이분 지금 입고 있는 흰 티셔츠 택도 안 뗐네? 인터넷 쇼핑을 자주 하나? 뭘 시켰을까? 궁금하다. 아주 능수능란하게 칼로 얕게 선을 그은 뒤 택배 상자를 양쪽으로 휙 젖혀 연다. 헬멧 모양의 자동 칫솔이네? 왜 헬멧 모양인 거지? 재밌어서?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닌 거 같기도 한데... 혹시 쇼핑 중독 아니세요?


  이렇게 택배 상자를 열어보곤 내용물만 빼고 껍데기는 창문 밖으로 휙 던져 버린다.

“아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거기 버려요?” “진짜 너무했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 안 되는 걸 아이들도 다 알 텐데 말이다. 근데 이런 상식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었다.

“휙! 툭! 슉! 뻥!”

여기저기 아파트 창문에서 택배 상자들이 날라 온다. 쌓이고 쌓여 어느새 아파트보다 더 높이 쌓였다. 이 장면에서 “헉!”했다. 일조권 침해니 뭐니 말들이 많으면서 택배 상자로 아파트를 가려 햇빛은 하나도 못 들어오겠다. 쓰레기를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 분리수거는커녕 창문으로 던지다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 글을 쓴 작가도 대단하고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도 대단하다. 역시 글과 그림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작가가 말하고자 한 깊은 뜻이 분명히 전달되는 것 같다. 심각성과 위험성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이렇게 버려져 쌓여있던 택배 상자들이 스륵 눈을 뜬다. 아함 하품한다. “배고파!” 소리 지르더니 “쩝쩝. 후루룹. 아작아작. 아그작아그작. 우적우적.” 갑자기 모든 것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아파트도 자동차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상자들이 지나간 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상자들의 반란이다. 역시나 권선징악, 인과응보. 이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이거? 이 장면은 왠지 무서웠다.


  다 먹어 치우고 배부르니 심심해진 택배 상자들이 기억 놀이를 시작한다. 난 이런 물건을 싣고 다녔다 한바탕 과거사를 펼쳐본다. 정말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싣고 다녔다. 그때 “쏴아아아” 비가 온다.

“이런 맑은 달밤엔 언젠가 꾼 꿈이 떠올라.”

“나 꿈에서 나무였다.”

“나도! 나도!”

비가 와서일까? 택배 상자들은 언젠가 꾼 꿈을 떠올린다. 꿈에서 나무였다. 상자들은 이걸 꿈이라 착각하지만 이건 사실 전생, 과거가 아닐까? 택배 상자들은 다 다른 걸 싣고 다녔지만, 과거의 모습은 같았다. 모두 나무였다. 이때 상자들의 위에 나무가 그려진다. 다 다른 나무다. 자신의 옛날 모습을 꿈꾸고 있는 모습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아련했다. “우리 한번 같이 나무가 되어볼까?” 상자들이 힘을 합쳐 나무를 만들기 위해 하나둘 자신을 쌓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쌓고 또 쌓아 아주 큰 나무가 되었다. 나무였던 그때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한데 모여 나무 모양을 만들었다. 이 나무들이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그래 택배 상자는 전에 나무였지. 자기가 나무였던 걸 꿈이라 생각하는 상자들에게 어딘가 미안하다.


출판사 책 소개 (이미지 출처: YES 24)


책을 읽곤

  이 책은 작가가 어느 날, 택배 상자를 버리려고 재활용 쓰레기통을 열었는데, 이미 쓰레기통 안에 택배 상자가 가득했고 문득 상자들이 세상을 먹어 치우는 이미지가 떠올라 이야기를 쓰기 시작해 탄생한 책이란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특히 모임과 교류가 제한되며 집 밖에서 하던 것들을 집 안에서 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 쇼핑, 배달 음식이 성행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양의 택배 상자들이 매일 만들어지고 버려진다. 나도 오늘 학교에서 주문한 물품을 뜯으며 택배 상자를 분리수거하다 이 책이 다시 떠올랐다. 이 책은 오늘도 얼마나 많은 택배 상자들이 생겨나고 버려졌을까 생각하게 한다.


  보통 이런 책들은 마지막에  뭔가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끝이 난다. 대부분 그렇다. 근데  책은 달랐다. 마지막에도 “띵동~” 택배가 왔다. 그새 열어보고는  창문으로 던진다. “오호!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가 기다린  택배 상자  물건이지 택배 상자는 아니었다. 껍데기는 안중에도 없다. 바로 버려버린다.  책의  면지에서는 노란 택배차  대만 보였는데 마지막 면지의 도로를 보면 택배차가 훨씬 많아졌다.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며 끝났다. 어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아닐까? 그럼 어떻게 해야 ? 오히려  결말이 마음에 든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그냥 보고만 있지 말고  놓고 있지 말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 달라 말하는 것만 같다. 그래, 지금 우리의 행동, 실천이 필요하다.


  마지막에 열어본 택배 상자는 뚜껑이 저절로 닫혀 남자가 놀라는 모습이 나온다. “근데  상자 속에서 하늘을   같지?”  하늘이었을까? 상자가 과거 나무였을  보던 것이  높은 하늘이었기 때문일까? 택배 상자는 물건이 아닌 하늘을 담고 싶었던  아닐까? 나도 택배 상자를   저절로 닫혀 손이 끼인 적이 많았는데 어쩜 그건 택배  그만 시키라는 ‘나무 마음이 담긴  아닐까?



아이들과 이렇게

  아이들과 ‘선물 주제로 시를 썼었다. ‘선물 생각했을  가장 먼저 떠오른  택배였다. ‘띵동소리와 함께 헐레벌떡 문을 열어보면  앞에 놓인 택배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알면서도 열어보는 재미가 있다. 주문하고 택배가 우리 집으로 오고 있다는 문자를 확인하고 띵동 소리에 문을 열기까지 내내 설렌다. 택배 상자를 뜯는 순간은 두근두근 가장 설렌다. 아이들도 그랬나 보다. 택배 상자에 대한 시가 많았다.  시를 쓰고 얼마 되었을   그림책을 발견했다. 환경 교육은 따로 했었는데 진작 알았으면 아이들과  그림책을 함께 살펴보며 시도 쓰고 융합 수업을 했을 텐데.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놀라지 않을까? 내가  책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선물을 뜯어볼 때는 상자가  좋았는데  상자들이 어디로 어떻게 갈지 생각해본 적은 없는  사실이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말로만 들었지 직접 피부로 와닿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은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과소비, 쓰레기 문제, 환경보호 이야기를 ‘상자라는 사물로 풀어냈다. 택배 상자는 뜯어볼 때만 좋았지. 어쩜 ‘상자 의인화되어 표현하는 감정이 느껴지니  설득력 있다. 뭔가 죄지은 기분이랄까?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어?! 묻는 것만 같다. 수많은 상자들이 우리에게 묵직한 이야기를 건넨다.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어떻게 되겠구나 싶다.


  가슴 깊숙이 들어오는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해보고 싶은 활동들이 많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무분별한 소비와 자원 낭비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그림책을 읽고 자유롭게 토의할 수도 있고 환경보호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함께 계획해 실천해볼 수도 겠다. 일회용품 줄이기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해보면 좋겠다. 환경 일기, 환경 포스터, 환경 캠페인 등으로 주변 사람에게도 함께  것을 유하면 더 좋겠다. 앞으로 지구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서 그려보면 어떨까? 어떤 지구를 그릴지 궁금하다.


  지구와 우리는 공존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터전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지켜야 한다. 환경을 잘 사용했다면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제 우리가 맡아두었던 자연을 아이들에게 돌려줄 차례다. 그전에 우리가 조금 더 잘 가꾸고 지켜 아이들에게 건네줄 수는 없을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게.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글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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