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뒤숭숭할 땐 목욕탕에 갑니다.

만원으로 마음 달래기

by 쑴이

요즘은 대중목욕탕이 많이 사라졌지만 대한민국 7080이라면 누구나 기억의 한구석에 대중목욕탕에 대한 추억이 있지 않을까. 어릴 때는 그렇게 싫었던 곳이 목욕탕이었는데 성인이 되고, 언제부턴가 마음이 뒤숭숭하거나 우울할 땐 한 번씩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되었다.


어릴 적 매주 일요일 아침은 언니와 엄마와 함께 대중목욕탕에 가는 날이었다. 엄마는 뜨거운 물에 잘 불려야 때가 잘 밀린다고 했지만 나는 뜨거운 물이 싫었고 엄마가 때를 밀어주는 게 아팠다. 나 같은 아이들도 가끔 있었던 것이 탕에서는 물놀이하면서 잘 놀다가 때 밀 때가 되면 도망가는 꼬마들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사춘기부터는 얼굴만 아는 다른 반 친구들이나 동네 아주머니들을 마주치면 민망할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그래서 나는 일요일 오전을 싫어했다.




지금 있는 이 동네는 이번 주까지만 머물 예정이다. 오며 가며 반가운 대중목욕탕을 발견했었는데 마침 어제부터 기분이 좀 가라앉았고 해서 오늘은 여유로운 시간에 맞춰 목욕탕에 갔다.


다행히 목욕탕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물을 끼얹는 소리와 탕에서 올라오는 물방울 소리만이 공간에 울리듯 퍼졌다. 목욕탕에 입장하면 몸에 걸친 모든 것을 벗어놓고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않던 핸드폰으로부터도 해방되어 비로소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된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나약하고 초라한 몸이 따뜻한 갑옷으로 덮이듯 조금은 무겁지만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조금 뜨겁지만 시간이 지나면 굳었던 몸과 허전한 마음은 땟물? 에 따스한 위로받는다.


나는 세신사의 전문적인 손길을 느껴본 적이 없다. 수줍음이 많기도 하고 간지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내 몸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더러워진 나의 몸을 씻기는 것도 스스로 밥을 먹고 혼자서 화장질을 가듯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내 의지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나 보다.

집중해서 때를 밀었다. 울적한 마음을 덜어내듯 때는 잘, 그리고 많이 밀릴수록 성취감은 크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머리는 살짝 덜 마른 채로 나와서 맞는 가을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상쾌했다.

약간의 노동을 했으니 이제 돌아가는 길에 뜨끈한 국물 요리로 속을 달래고 집에 가서 노곤해진 몸을 뉘이자. 그렇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것이다.


사실 '괜찮아'라는 노래를 들으며 집까지 걸어가면서 나는 이미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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