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 3주 차...
3주 차로 접어들었다. 지리산 한 달 살기...
코로나 때 여름휴가로 지리산을 왔었다가 지리산의 매력을 알게 되어 언젠가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한 번씩 힘들 때면 지리산 힐링여행을 꿈꾸며 검색하기도 했었는데, 역시 마음이 있으면 이루어지나 보다.
어쩌다 보니 나는 지리산 뱀사골 인근 마을에서 살고 있다.
느즈막에 일어나서 달리기도 하고, 거의 매일 시골길을 산책한다. 시골 생활하기 좋은 날씨다.
여기에 머무는 동안 파전에 지역 막걸리 한잔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낮술로...
이곳에 온 지 3주가 넘었지만 시골에서 흔하디 흔한 막걸리 한잔 하기가 어려웠는데 드디어 어제는 마음먹고 나왔건만 동네 맛집 휴무...
급하지 않았다. 다시 오면 되니까...
오늘 다시 방문했다. 이 동네 다슬기 수제비 맛집... 막걸리를 시킨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이번이 3번째 방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제비를 좋아하는데 이곳 수제비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맛이다. 슴슴하지만 깊은 맛!
처음 두 번은 수제비를 시켰다가 오늘은 막걸리와 다슬기 파전을 시켰다. 유튜브를 보며 막걸리도 두 병을 마셨다. 아무래도 대낮이라 그런지 다들 밥만 먹고 나가는 걸 보니 나도 이제 곧 나가야겠구나 하고 있는데 서빙하던 젊은 여자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혼자서 두 병을 드셨네요?"
나는 조금 민망하고 멋쩍어서
"네, 파전이 맛있어서 그렇게 되었네요. 이 동네에서 한 달 살기 중인데 여기 막걸리 마셔보고 싶었어요. 이제 다 먹었으니 곧 갈게요"
"아니에요. 편히 드세요. 아무 때나 가셔도 돼요."
동네 맛집 다슬기 수제비집 딸과 그렇게 말을 트고, 늘 그랬듯 그 옆에 있는 최애 카페로 향했다.
이틀에 한번 꼴로 갔던 절 앞의 카페 사장님이 버스 정류장에 서 계셨다. 나도 모르게 눈을 맞추며 고개를 숙였는데 그분도 세상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셨다. 얼떨결에 받는 인사가 아니었다. 나를 알고 있다.
인테리어가 예쁘기도 하지만 특색 있고 책도 많은 곳이다. 브런치 글도 쓰고 책도 읽는다.
너무 오래 있었다 싶으면 일어나서 절로 향한다.
절로 가기 전에는 '해탈교'를 건너야 한다. '해탈교'는 불교 사찰에 들어갈 때 건너는 돌다리로, 불교에서 고통과 번뇌를 벗고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실제 내 마음이 고통과 번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못했지만 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만큼의 고통과 괴로움은 이 강물에 흘러가라고 이야기해 본다. 그래도 해탈교 덕분인지 여기 머무는 동안 내내 마음이 평온하다.
다리를 건너 절에 들어가기 전, 돌멩이를 얹는 것도 루틴이다. 천왕봉을 마주하고 있는 절 앞 돌탑에 돌을 조심히 얹고 소원을 빌어본다. 소원 돌멩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어우러져 있다. 지리산의 거대한 품 안에 위치한 조용한 절과 많은 사람의 염원을 담고 있는 작고도 큰 돌탑은 매일 나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향하게 한다.
집에서 절을 지나 한 바퀴 돌면 5 km가 조금 넘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앞 과일가게 누렁이가 나를 보며 꼬리를 살랑거린다. 처음 며칠은 엄청 짖어대더니 과일가게 이름 모를 누렁이도 이제 내가 낯설지 않나 보다.
이 동네 사람들... 동네 개들도 이제 나를 알아본다.
앞으로 며칠 남지 않은 이곳 생활을 먼 훗날 나는 오늘을 매우 그리워할 것이다. 아마도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더 그렇겠지.
지금 들이키는 가을 공기, 계곡 물소리, 하루가 다르게 물드는 단풍, 가을하늘과 어우러지는 감나무, 동물 친구들... 그리고 무심한 듯, 이방인을 다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
2025년 11월 가을, 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