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 떼와 송사리 떼
6학년에게는 다른 학년에는 없는 일생일대의 과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졸사(졸업사진) 예쁘게 찍기’이다. 3월 첫날에 자기소개를 하는 학습지에 “요즘 최대 고민”을 “졸업사진 못생기게 나오는 것”이라고 적어 낼 정도로 관심이 지대하다.
그런데 관심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학기 초엔 학생들 얼굴도 익혀야 하고, 나중에 혹시 필요한 일이 생길 것에 대비해 개인 사진을 증명사진처럼 찍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척 찍기 싫은 내색을 하며 마지못해 나온다.
남학생들은 잘 나오든 못 나오든 상관없으니 빨리 이 어색한 촬영의 순간이 ‘찰칵’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여학생들은 거울 앞에 서서 앞머리를 계속 손질하며 수선을 떨다가 사진을 찍은 뒤 결과물을 확인한다. 그리고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모둠별로 활동을 시켜놓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해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대부분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 개인의 초상권을 보호하는데 진심이다. 한때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교육을 열심히 들은 결과, “쌤~ 저 초상권 있는데요~” 하고 촬영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학기 초에 학부모로부터 받은 각종 동의서에 초상권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말한 뒤로는 잠잠하다.
미술 시간에 작품을 완성하면 “한 명씩 나와서 완성품 들고 사진 찍을게요~!”라고 말해도 거부감 없이 즐겁게 응해주는 아이들은 1학년이다. 찰칵하는 순간 갑자기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거나 윙크를 하는 등 포토제닉 한 모습을 보여서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작품을 다 완성했는지, 제출을 깜박한 건 아닌지 확인하는 용도로도 사진 찍기는 유용하다. 그에 반해 본인 얼굴보다는 작품만 찍히기를 원하는 6학년은 소리 없이 작품을 제출하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카메라가 켜지면 연못에 먹이라도 던져진 듯 팔딱팔딱 몰려오는 잉어 같은 1학년.
늘 카메라 앞에 커다랗게 얼굴을 들이미는 외향적인 아이들에 가려 사진에 잘 등장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신경 써서 개인 사진을 공평하게 찍어주게 된다.
이와 반대로
카메라가 켜지면 맑은 계곡물의 송사리 떼처럼 흩어지기 바쁜 6학년.
클로즈업을 싫어하기 때문에 되도록 먼 거리에서, 단체로 또는 모둠별로, 주로 앞모습보다는 뒷모습 위주로 찍어주게 된다.
평소에는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앨범 사진 찍는 날은 머리 모양도 신경 쓰고 포즈도 열심히 연구해서 성심껏 촬영에 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나를 놀라게 했다. 여학생들은 옅은 화장을 하기도 하고, 남학생들은 주말 일기를 통해 몇 주간 일부러 저녁에 걷기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한 달 뒤, 촬영된 결과물을 중간 점검하는 시간에는 교실에 신중한 적막이 흘렀다. 전문가의 손길 덕분인지 모두 자신의 사진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든, 카메라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을 치든... 찍힌 사진 속 아이들은 덩치만 다를 뿐 해맑은 영혼의 초등학생이다.
아이들을 하교시킨 후 사진첩을 뒤적이는 내 입가에는 엄마 미소가 슬그머니 걸리곤 한다.
마치 아기를 힘들게 재우고 나서 사진첩을 뒤적이는 엄마의 모습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