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계쓰홀릭 Oct 11. 2024

사진을 대하는 자세(1)

키즈노트 없는 학교


  요즘 딥페이크를 악용한 음란물 합성 범죄에 대한 뉴스로 세상이 시끄럽다.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음란물 합성 범죄에  대한 예방 교육을 하라는 지침에 따라 교사들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합성하거나 유포하지 않기’

 ‘SNS에 사진 올릴 때 유의하기’ 등을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의 사진을 이용한 범죄에 대한 우려로 졸업앨범도 머지않아 사라지고, 온라인 알림장에 사진을 올리는 행위 등이 금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처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아이가 하루 종일 어떻게 지냈는지 무척 궁금하다. 오후 2시가 넘어가면 알림장(일명 키즈노트)에 어떤 사진이 올라올지 기대하며 기다린다. 이러한 기대감 때문에 어린이집 교사에게 불만을 갖는 사람도 생겨난다. 어떤 선생님은 사진을 잘 올려주지 않아 섭섭하다고 하기도 하고, 단체 사진에서 우리 아이만 눈을 감았다거나 얼굴이 반쯤 가려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어린이집 오티를 가면,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퀄리티의 사진을 많이 찍으면 그만큼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원장선생님이 직접 부탁을 하기도 하신다.


  이러한 어린이집의 입장에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그렇게 좋아했던 ‘아이의 활동 사진’인데... 하물며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도무지 볼 수가 없으니,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의 서운한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1학년 담임은 ‘옆 반과의 협업과 통일성 있는 학급 운영’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반만 아이들 사진을 많이 올려 괜한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진 촬영을 자제하는 편이다.      




  몇 해 전만 해도 학급에서 일과 중 찍은 다양한 사진을 일 년 동안 모아 앨범을 만들어주는 일이 많았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 파일을 CD에 구워 담아주거나 학부모의 USB에 일일이 복제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자처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당시에 많은 선배 교사들은 ‘사진 힘들게 찍어주고 나중에 좋은 소리 못 듣는다’ 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었다.


  나 역시 예전에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장면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으로 많이 찍어두었다. 학급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공간을 따로 만들어 사진첩에 올리기도 하고, 개인 사진을 찍으면 인화해서 기념으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요즈음은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알림장 어플 사용이 급격히 보편화되어 그런 일련의 과정이 훨씬 간편해졌다고 볼 수 있다.

  예전의 수고로움은 줄어들었지만, 사진 찍는 행위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의 문제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은 촬영과 배포에 앞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범죄에의 악용’과 ‘민원의 온상’이라는 두 부작용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학식부터 ‘블링블링’ 화려한 1학년 아이들이 해맑고 즐겁게 학교 생활에 적응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휴대폰의 카메라를 켜게 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매일 같이 쏟아지는 활동사진을 받아보았을 부모님들인데, 이제 막 학교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궁금할까?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 입학시키고 나니, 예전과 다르게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아이의 입을 통해서만 듣고 활자로 된 알림장 내용으로 짐작할 뿐이어서 답답한 적이 있다.

 

  1학년 담임을 할 때에는 틈틈이 찍어둔 사진을 온라인 알림장에 주 1회 정도 추려서 올리곤 하는데, 올리면서도

혹시 철수가 너무
소외되게 나오지는 않았는지

영희만 미술 작품을 완성하지 못해서
부모님이 속상하시지 않을는지

등의 간단한 자가 검열을 거치고는 한다.



[다음 편에 계속]






이전 05화 쉬는 시간(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