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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쓰홀릭 Oct 23. 2024

학부모총회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이 두 가지 용어는 이제 막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려워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학교마다 조금씩 운영 방식이 다르고, 어떤 것은 같은 날 진행되기도 하니 ‘그 말이 그 말’ 같기도 한 행사들이기에 하나씩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학부모총회


   학부모를 모두 모아놓고 ‘총회’를 한다는 것.


  보통은 3월 말이나 4월 초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담임선생님과의 첫 만남이자 1년간의 학급 운영 방식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다. 6학년쯤 되면 학부모총회에 꼭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학부모들 사이에 돈다. 1학년 때 모두 가야 하는 줄 알고 갔다가 얼떨결에 학급대표나 녹색어머니회 회장을 맡아 골치가 아팠다는 ‘선배맘’들의 경험담은 구전동화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3학년부터는 아이가 먼저 학급회장이나 부회장으로 선출되어 버려 자의 반 타의 반 학급대표를 맡게 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반장이 되었는데 저는 학부모 총회에 가야 할까요?’라는 맘카페 문의글에는 아이가 반장이면 엄마가 대표 맡아야 할 거라는 댓글이 달리고는 한다.




  학부모총회는 담임 입장에서도 일 년을 시작하는 행사이자 꽤나 부담스러운 자리이다.


  어수선한 교실도 아이들 작품으로 꾸미고 채워나가며 정리해야 하고, 아이들에 대해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부모님들을 뵈어야 하며, 학급경영에 관한 프레젠테이션도 최신 버전으로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학부모 총회 참석율을 높이기 위해 당일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총회 준비와 동시에 공개수업을 하기 위한 차시를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는 수업 준비를 착착해나가야 한다. 동학년에서 합의가 된다면, 동시에 같은 내용으로 공개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학부모 총회만 잘 지나가면 남은 시간은 아이들과 지지고 볶을 고민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맘때 교사들 사이의 안부 인사는 주로 학부모총회에 관한 것이다.


  "학부모 총회 잘 준비하고 계신가요?"

 "(서로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경우) 거기는 학부모총회 언제 하나요?" 등이 인사말을 대신하게 된다.

 

   단정하고 신뢰감을 주는 첫인상을 위해 의상과 헤어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기도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부모 총회 룩(look)', '학부모총회용 명품 가방 렌털'이 이슈일 때, 교사들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맥락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 선생님들, 학부모 총회 때 이 옷 어떤가요? 골라주세요.
• 저 학부모 총회 준비로 미용실 갔다 왔어요.
• 학부모 총회 때 신어도 좋을 실내화 추천해 주세요.





   학부모총회날 교장선생님은 교내 방송으로 인사를 하기도 하고, 따로 시청각실에 학부모를 모아 일 년간의 학교 운영 방침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시기도 한다. ‘공개수업 – 교장선생님 학교 운영 방침 설명회 – 학급 담임과의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면 시청각실에서 다시 교실로 돌아오지 않는 이탈자가 많이 발생해서 학급 대표를 뽑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가 많다.


  1학년 학부모님들은 “다시 교실로 돌아와 주세요.”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다시 돌아오시지만, 6학년으로 갈수록 공개수업만 보고 각자 귀가하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올해 6학년 담임이어서 학부모총회는 - 내 교직 생활 중 가장 적은 수인 -단 두 분의 부모님을 모시고 진행했다. 그 두 분은 각각 학기 초에 선출된 반장, 부반장의 어머니들이셨다. 6학년이라는 특성상, 같은 학교에 동생이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에 인사만 하시고는 "동생 반에 가봐야 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하고 양해를 구하고 떠나시기도 한다.


  “학부모 총회 꼭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안 간다고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이니
시간 내서 가보시는 게 좋습니다.




  학부모총회는 학부모와 교사만 참여하는 행사이기에 아이들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교실관찰보고서의 학부모 관찰 편 정도로 여겨주십사 짧게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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