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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투리이야기] <사랑> 예찬

이적의 <사랑>을 들으며

by 날날이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때론 추악한 모습도 때론 찌질한 모습도 있으며, 때론 커다란 슬픔도 함께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그 감정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추해지고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집착하게도 하며, 포기하게도 만든다. 사랑은 이성적인 사람도 반-이성적으로 만들며, 지성적인 사람도 반-지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사랑은 때론 기적과도 같지만, 때론 재앙과도 같다. 이것 뿐인가? 사랑은 영원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영원할 것 같은 사랑도 결국은 끝이나며, 잊혀진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면 이전의 사랑은 파도가 휩쓴 모래사장처럼 사라진다.


그럼에도 사랑은 지속된다.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듯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다면,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어떤 대상이던지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은 우리를 노래하게 하고, 시 쓰게 하며, 영화를 만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일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랑은 그것을 모방하게 만들고, 그것을 재현하게 하며, 그것을 포착하게 만든다.


가수 이적은 <사랑>에 대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의 4집 "사랑"은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곡에 녹아냈으며, 사랑을 느끼게 되는 순간부터 사랑이 끝난 후의 이별까지 다양한 사랑의 양태들을 들려준다.


예를 들어 <사랑>의 1번 트랙인 "아주 오래전 일"은 오래전에 함께 했던 연인과의 반지자국을 통해 그녀와의 과거를 추억한다. 어제처럼 또렷한 그녀와의 일이 마치 사라져가는 반지자국처럼 이내 사라져가고 있음을 슬퍼한다.

https://youtu.be/fgphTY_P_kE?si=N73ppiTfOj03UTyy

<사랑>의 1번 트랙 "아주 오래전 일"

3번 트랙인 "다툼"은 오래 만난 연인과 여러 번의 다툼에 점점 무감각해지기도 하는 연인 사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툼에 대한 후회와 사랑에 대한 고민이 잘 들어나는 이 곡은 다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외치는 것으로 자신의 후회를 마무리한다.

https://youtu.be/9JaxNUFB-KU?si=xKEBpw0y_IOofPcA

<사랑>의 3번 트랙 "다툼"

4번 트랙인 "빨래"는 이별 후의 심경을 가장 일상적인 행위인 "빨래"를 통해 쓸어내버리고 싶은 이별의 감정을 말하고 있다. 잊혀지지 않는 추억과 아픔은 빨래라는 일상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표현한다. 빨래라는 비유를 통해 사랑의 아픔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곡이 이 곡이 아닐까 싶다.

https://youtu.be/8BzmSqVYsRk?si=Ff4hpHXY6pGrT1_E

4번 트랙 "빨래"

7번 트랙 "매듭" 역시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매듭에 비유한 곡이다. "날이 지날수록 더 헝클어지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어 그대여"라는 가사가 말해주듯이 "매듭은" 사랑에 대한 집착과 괴로움을 들려준다.

https://youtu.be/l-MmUAERcmw?si=YM2cfaKCjQv68NS8

<사랑> 앨범의 마지막 트랙 10번곡인 "이상해"는 사랑이 시작할 때의 설렘을 다루고 있다. 이별에 대한 곡들의 끝에 배치된 "이상해"는 사랑의 아픔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다시 설렘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이 곡의 "그냥 걷기만 하는대도 터지는 웃음이 이상해"라는 가사보다 사랑의 설렘을 잘 표현한 가사는 없을 것이다. 말그대로 사랑에 빠질 땐 이상하다. 이전의 아픔도 사라지고 이전의 눈물도 사라진다. 결국 언젠가는 또 끝이 나겠지만, 이런 설렘은 사랑만이 해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시 사랑을 하고 사랑을 찾는다.

https://youtu.be/XBKKMLXZhA8?si=-H05oHefvhQAKtDT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오묘한 감정이다. 좋은 동시에 싫은 감정이며, 긍정적인 감정인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이다. 어쩌면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이율배반적인 감정이며, 가장 기적같은 감정일 수도 있다. 그렇게 난 오늘도 이적의 <사랑> 앨범과 함께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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