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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의사는의사다

by 김세은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주치의의 다급한 말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며칠째 잠자리에 들 때면 가슴이 평소와 다른 답답함이 미세하게 전해온다.

연초부터 미뤄오던 건강검진, 이때다 싶다.

전화로 오전9시 예약하고

“8시 이후에는 금식하시고 새벽5시에 혈압약만 드시고 오세요”


검사당일, 곤혹스런 일반 위 내시경까지 마쳤다.

의사는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약 드릴게요” 하며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가슴 답답함을 다시 언급하자, 그건 주치의에게 가보라고 한다.


심전도검사를 마친 주치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혈관이 막힌 것 같아요. 협심증 의심 됩니다.

“응급실 의뢰서 써드릴 테니 지체 말고 바로 큰 병원 응급실로 가세요.”

다급한 말투다.

가슴은 쿵쿵대고 머릿속이 순간 멍해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식구들에게 연락할 틈도 없이 병원으로 직행했다.


접수창구에서 생년.월.일 이름을 말하니 “환자는 어디 있죠?” 한다.

“제가 환자예요.” “녜” 놀란다. 환자 같지는 않았나 보다.


응급실에 눕자마자 X-ray, 심전도, 혈액 다시 또 뽑고 링거까지 손등에 꽂아 영락없는 응급환자 신세가 되어 있었다


누워 있는 동안, 모든 게 무너졌다.

“나는 괜찮을 거야.”

그 터무니없는 자신감은 순식간에 깨졌다.

며칠 전 뉴스에서 보던 갑작스러운 심정지, 내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소름이 끼쳤다.


1시간쯤 지나 인턴인듯한 젊은 의사가 수치로보아 위급상황은 아니니 오늘은 집에가시고

내일 다시 예약 잡아 초음파검사와 CT(관상동맥) 조영술을 해 보자고 한다.


병원에서 잰 혈압이 높게 나와 24시간 혈압측정기 몸에 매달고 마뜩치 않는 기분으로 집에 왔다.

다행히 응급 상황은 아니었나보다.


다음날 초음파 검사와 난생처음 받아본 CT 관상동맥 조영술 마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닷새 후, 두근두근거리는 가슴 안고, 의사를 만나다.

의사는 칼라로 된 선명한 심장 사진을 보여주며 차분히 설명한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습니다. 노화로 인한 경미한 동맥경화는 보이지만, 콜레스테롤 관리 잘하시고, 혈압도 평균 118/76으로 정상입니다. 병원만 오면 올라가는 ‘백의 고혈압’이셨네요!” (179/85)


“휴”

연신 머리 숙이며 “감사합니다”를 여러 번 외치며 진료실을 나섰다.


며칠 전 스마트폰에 떠 있던 “올해 건강검진 받으셨나요?”라는 알림 톡

“이제 다시 안 뜨겠지”


의사의 격한 반응으로 시작된 응급실 방문은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가슴 답답함도 씻은 듯 사라졌고 마음도 가벼워 졌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내 몸의 신호.

건강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미루고 있던 건강검진, 지금이라도 꼭 받으세요!

정기검진은 내 몸이 보내는 ‘경고등’을 미리 보는 일이다.


약은 꾸준히 챙기면서도, 음식 앞에서는 늘 관대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이젠 생각 쫌 하고 먹고 마셔야겠다.(잘 될지 모르지만)


답답했던 가슴과 불안한 생각들을 날려 보내준 당신!


역시, 의사는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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