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사이 삶에 대한 고민
고향 하면 우선 생각나는 단어는 포근함, 안정감, 그리고 그리움이다. 아마 엄마의 품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나의 고향은 안양이다. 결혼 후 서울에서 몇 년 살았던 것을 포함해 한국에 35년 넘게 살았었다. 지금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 한국이 고향이라면, 미국 실리콘 밸리는 제2의 고향처럼 아주 익숙하고 편하다.
한국에 많이 연로하신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살고 계신다. 동물들도 태어난 곳으로 회기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의 삶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아직 100%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아마도 아이들은 미국의 어딘가에 살 것이다. 그러니 와이프와 나도 삶의 종착지가 미국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늘 원하던 삶은 은퇴 후 한국 시골에서 단둘이 오붓하게 사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다 보니 희망과 현실사이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막내가 대학을 가니 대학 졸업 때까지는 미국에서 보살펴주고 싶고, 첫째와 둘째는 부모가 미국에 계속 살았으면 하는 눈치다. 아마도 부모, 특히 엄마로부터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경제적 현실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진다.
요즘 거의 매일 새벽에 잠에서 깨게 되고, 경제적인 현실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한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직업을 구하는 것이다. 나이가 50대 중반이니 직업을 구하기 꽤 어렵다. 여기저기 아는 분들께 연락도 하고 여러 군데 지원도 했지만 연락이 거의 오지 않는다.
지난 30년 가까이 최선을 다해 일에 집중을 했고, 덕분에 많은 성과도 내고 미국으로 이민도 왔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가끔씩 후회가 될 때도 있다. 만약 내가 밤늦게 혹은 새벽까지 일하는 대신에, 이중 일부 시간만이라도 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데 고민도하고 사용했다면 아마 현재의 삶 혹은 삶을 종착지를 고려하는데 지금처럼 힘들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삶의 종착지에 관하여 생각해 보니, 집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의 집이 지리적으로 한 곳에 정해져 있으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나는 미국에 집을 마련하는 대신에 한국에 집을 구입했고, 지금 미국에서는 랜트하우스에 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이로 인하여 지금도 삶의 종착지에 관하여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내 주변의 이민 1세대를 보면,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더 젊은 나이에 이미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식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기 위하여 미국에 정착하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여러 불확실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마도 나 역시 자식들이 생활하고 있는 이곳 미국이 삶의 종착지 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