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봄, 그리고 초 여름
하루하루 시간은 흘러간다.
어떤 날은 하루가 일주일보다 길다는 느낌도 있고, 또 어떤 날은 하루가 불과 몇 시간밖에 안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들은 한결같이 금방 흘러 지나간 것 같다.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벌써 4개월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작년 12월 PET CT결과를 확인 후 재발이 되어 2차 항암치료를 결정 한지는 벌써 5개월. 겨울, 봄, 그리고 초 여름 3번의 계절을 맞는다.
항암 치료를 결정하고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화학요법을 메인으로 하는 이번 2차 항암 치료는 문제없이 잘할 수 있을까? 어떠한 고통이 있을까? 언제쯤 2차 항암 치료가 끝날까? 2차 항암 치료에 대한 결정은 순식간에 했지만, 항암 치료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지난 1차 항암 때에 비하여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시간은 하루하루 흘렀고, 이제 한 번만 더 항암 치료를 하면 2차 항암은 마무리가 된다. 물론 이번 항암 치료의 경과는 마지막 항암 치료 후 대략 한 달 뒤 PET C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항암 치료를 앞둔 지금, 경제적 여건도 마음도 은퇴할 나이도 아니기에 얼마 전부터 새로운 직업도 알아보는 중이다. 하지만, 50대 중반, 몇 달간의 병가로 인한 휴직, 새로운 기술에 대한 트렌드 변화등 여러 제약 조건들이 직업을 찾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항암 치료를 결정할 무렵에는 항암 치료 기간 동안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경제적인 불안감으로 많은 고민과 시간을 할애했다. 다행히 부족하지만 그동안 모아둔 돈과 보험으로 항암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잠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또 다른 어려움이 다가오고 있다. 항암 치료가 끝나고 나면 곧 보험에서 받던 혜택은 사라진다. 즉, 새로운 수입이 없으면 경제적 여건이 많이 궁핍 해진다. 아니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 같다. 그래서 요즈음 직업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하루하루 하는 일, 일상생활은 거의 매일 비슷하지만, 매일매일 늘 새롭다. 매일 직업도 찾아보고 이력서도 내고, 지인들께 연락도 하고, 틈틈이 건강해지도록 산책등 노력도 한다. 특히 4번째 항암 치료 이후 몸이 더 피곤하고 기력이 더 많이 나빠진 것 같다. 그래서 비록 걷지만 운동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리려 노력 중이다. 그래야 항암 치료 후 일도 할 수 있다.
같은 하루임에도 와이프는 집안일과 가족을 챙기는데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늘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고, 큰 아이는 회사 일과 MBA를 병행하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냈고, 드디어 곧 졸업을 한다. 둘째 아이는 의대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고, 덕분에 현재 과에서 일등을 했다고 한다. 막내는 학교 공부, 병원에서의 봉사활동, 그리고 방과 후 응급치료 관련 수업을 들으며 바쁘게 보냈던 학창 생활에서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어 약간의 여유가 있어 보인다.
같은 하루지만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도 나에게 있어 어제 그리고 그전에 보냈던 날들과 다른 또 다른 하루이다. 오늘 잠들기 전 잠시 하루를 돌이켜볼 때 나름대로 잘 보낸 하루였다고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