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기 백수회

웃자, 친구들아!

by 홍삼이

나는 대학동기 백수회 회장이다.


대학동기 셋이 모여 만든 우리 모임 이름은

'백수회'다. 나이 들어 손이 하얗게 된다는 뜻도

있고, 백 살 가까이 살자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백수란 그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일 뿐이다.


대학 동기회와는 별개로 격월로 역사 탐방, 가벼운 산행등을 한 뒤 점심을 나누며 우리들의 존재감을 알린다. 2023년 말 현재 회원이 6명이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로 열정이

대단하다.


2023년 6월 8일, 남산 트래킹 후 남대문 시장에서 점심을 하기로 약속하였다. 종수가 신규회원으로 가입하여 환영식을 겸하는 자리였다.

동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11시에 만나기로 했다.

작은 배낭에 물병과 모자를 챙겨 집을 나섰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출구에 나와보니 장충단공원, 장충체육관,

신라호텔등 낯익은 장소들이 눈에 띄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도착했다는 카톡을 남겼다.

10여분이 지나자 종수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본 종수를 포옹으로 맞았다. 심성이 착한 친구다. 딸은 교육공무원, 아들은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여 현재 군의관으로 복무 중이란다.

제주도에서 해군으로 근무 중이라고 했다.

"자식들은 잘 키웠네"

"아들 덕에 앞으로는 호강하겠네"

종수는 쑥스럽게 웃기만 한다.

남산 둘레길에서 한 컷

잠시 후 창엽, 석래, 영춘이도 나타났다.

평택에 사는 종연이는 지하철 파업으로 30~40분 늦어진다고 연락이 왔다.

남산 중턱에서 만나기로 하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짙은 녹음과 구름덕에 대낮임에도 둘레길은 어둑어둑했다. 아이들처럼 떠들어 대는 친구들이 천진난만해서 웃음이 났다.

영춘이가 배낭에서 막걸리를 꺼냈다.

산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도둑술을 마시는 모습이 웃프기도 하고 정겹기도 했다.

석래가 넓적다리를 치며 좋아했다.


하지만 마냥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종연이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저 멀리 벤치에 앉은 종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왁작찌껄 인사를 나누는 우리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눈치를 봤다.


남산길을 걸어 내려와 남대문 시장으로 들어섰다.

맛집으로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투박한 서비스에 친구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눈치 빠른 여주인이 술안주를 서비스로 내어주었다.

친구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종수의 아들이 내년 5월 결혼한다고 했다.

영춘이도 대학원을 졸업한 딸이 퇴역 장군의

아들과 결혼한다고 자랑이다.

축의금을 생각하니 며칠 전 끝난 아르바이트가 아쉬워졌다.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 할 것 같다.


왁작지껄 떠들며 걸었던 남산 둘레길.

마치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20년, 아니 그 이상도 함께 할 수 있기를~

손은 하얗게 변해도 마음만은 청춘이길 바라며

백수회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2023년 6월 8일 백수회 모임을 떠올리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친구 딸내미 결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