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맛 월드콘

by 멋쟁이 토마토

https://youtu.be/tumZRTeeSpc?si=h7vKD1TBgy1pXrZQ


네이버에 '울산 정신건강의학과'를 치고

수없이 쏟아지는 병원들의 이름을 보며 나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처음으로 간 병원에서는 그냥 내 얘기를 듣더니 약을 먹어보자고만 하셨다.

그러고 안먹고 그 병원을 안갔다.


두번째로 간 병원이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병원이다.

지금의 원장님은 처음 약물치료를 이야기를 꺼내면서 약물치료를 왜 해야하는지

조근조근 설명해주셨다. 치료를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말해달라고 하셨다.

첫 진료때 각종 결과지를 보고 입원을 해야할 정도라고 하셨던 선생님이셨지만

처음 내려주신 처방은 '왜 먹어야 되는지 모를 약'이 아닌 '나를 기다려주는것'이었다.


정신과에서는 환자와 의사를 '치료적 동반자'라고 이야기한다.

정신과 치료라는 참 기약없는 여정을 시작하면서 함께 걷는 동반자가 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도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지금의 원장님은 '치료적 동반자'라는 말에 정말 적합한 분이셨다.

나는 지금도 혼자가 아니다.


진단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시작했고 우울증, 공황발작, 그리고 마지막으로 ADHD까지 진단을 받았다.

정신질환은 관리를 해야하고 완치의 개념이 아니다. 라는 말이 많다.

그 사실이 사실 되게 무력하고 한없이 우울해지게했다.

벗어나고 싶었고, 완벽하게 꼬리표를 떼고 싶었다.

엄마가 습관적으로 하는 너가 약을 먹고있으니 환자고 정상이 아니다. 라는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치의 개념이 있는 질환이 있을까? 싶다.

꼭 비단 정신질환만의 문제인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그부분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것같다.


그렇게 21년도부터 치료를 시작한 이후

작년 여름에 남은 용돈으로 꼭 말차맛 월드콘을 사먹으러 저녁에 나갔었다.

그러고 동네 한바퀴를 월드콘을 먹는동안 걷고 오고

근데 그게 되게 용기를 줬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말차맛 초코가 내 영혼을 충전시켜줬달까.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눈에 띄게 많이 좋아졌구나싶다.


원장님이 나도 몰랐던 나아지고 있던 그때의 나를 알아보셨던것 같다.

작년 중반부터는 몇년간 유지하던 약들을 감량해보자고 적극적으로 말해주셨다.

그렇게 차근차근 감량해나갔다.

감량해나가며 하루하루 다르게 가뿐해지는 몸과 마음을 느끼며 얼마나 감사하고 기쁘던지


그러나 어느순간 다시 증상이 나타나서 일하다가 병원에 쫓아가기를 반복하고

어느날 화장실에서 나는 많이 울었다.

그냥 서러웠다. 알수없는 고통을 그냥 버티는것밖에 할수없는게 서러웠다.

이 고통이 어디서오는지 몰라서 그 사실이 가장 무섭고 서러웠다.

증상이 다시 나오고 괜찮고를 반복하다가, 그즈음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회사 평가 준비, 두번째 책 출간 준비, 교회 다니기..

그러다보니 잊어버린것 같다.

산다는게 뭐 별거있나 싶다.

그냥 이렇게 사면 되는거 아닌가싶다.

오늘은 유독 따뜻한 햇살 아래서 엄마랑 아메리카노에

티라미수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그렇게 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랑 노래들을 들을때 돌아갈수없는 옛 기억에 마음이 아프고 저릿한게 아니라

그저 지금이순간 존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리게 되는 것을 보며

봄이 코앞에 왔음을 알았다.


그냥 삶이 다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내가 있기전에

이토록 다정한 삶을 마주해보자고 말하던 내가 있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말차맛 초코콘 아이스크림처럼

이 글을 보는 당신의 인생에도

당신 모르게 스며든 다정한 삶의 순간들을 많이 마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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