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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시딘의 이야기 13

오일을 첨가하며

by 톰슨가젤

김후시딘은 언제나 충동적이다

얼마 전 일반 작은 미니벨로로 배달을 시도하다 계획을 수정하고는

그제는 갑자기 전기자전거를 충동적으로 사고 말았다

하지만 배달을 해본 결과 자전거에는 콜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미 자전거로 경험이 있음에도 전기자전거라면 뭔가 다를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거나

아니면 생각자체가 미래의 희망에 의해 뭉개져 버렸던 것이다

전기자전거로는 답이 없을 것 같아 점심 나절에 차를 가지고 점심값이나 벌려고 나온 것이다

오더를 하나 잡고서는 도착지가 무슨 공사장 허허벌판이다

" 아니 이런 진짜 너무하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정신력을 끌어 모은다

김후시딘의 작은 차는 오래된 경차이니 이미 여기저기 멀쩡하지는 않다 얼마 전부터 핸들이 너무 뻑뻑하고

이상하더니 갑자기 경고등 3개가 들어오고 서버린 것이다 급하게 다시 시동을 걸고 갓길에 세운뒤 일단

차는 잠시 버려두고 산속 공사장을 찾아 도시락을 전해주고는 다시 와서 시동을 걸고 급하게 카센터로 가본다

"아 쎄루모터인가 배터리도 나간 건가 이거 돈이 엄청 들겠는걸" 김후시딘은 마음이 무겁다

치과든 차든 미리미리 가야 하는 걸 알지만 언제나 큰돈이 들까 봐 미루다가 결국 더 큰돈을 허비한 게

한두 번이 아닌 것이다

몇 번 가던 동네 카센터를 가니 다행히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손가락 5개가 없는 주인아저씨가 맞아주었다

"차가 오래돼서 소리도 이상하고 갑자기 섰습니다 조금 봐주시겠습니까 핸들도 뻑뻑하고요"

한쪽손가락이 거의 절단된 아저씨는 능숙하게 본넷을 열고 매의 눈으로 여기저기 보더니 오일통

한 곳을 열어보곤 다른 곳에서 오일을 덜어와 넣어주고는 차에 시동을 몇 분 간 걸어놓더니

핸들을 이리저리 여러 번 돌려본다

"차가 노후돼서 경고등이 또 뜬다면 수리비는 많이 나올 거예요 파워오일이 없어서 엔진에도 누유가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은 타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겁니다"

"만원만 주세요" 김후시딘은 돈을 지불하고는 카센터를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다

큰돈이 들어갈까 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었는데 오일 하나로 차는 매우 정숙한 소리로 변한 것이다

문득 김후시딘은 생각한다 인간관계에 대하여 말이다 김후시딘은 예전에 그 빈말이라든가 의례적인 답례라든가 그런 것들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는 인위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그 행위에 대한

거부감 같은 거였다 하지만 김후시딘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교만과 아집으로 인해 인간관계에도 오일부족으로 결국은 고장 나 버린 거구나"

돈만원이면 되는 일을 빈말 몇 마디와 웃음 몇 번이면 되는 것을

김후시딘은 인간관계 자체를 폐기하거나 방치함으로써 이제는 굴러가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배달을 운 좋게 3건 정도 해서 점심값을 벌어 점심을 먹고 들어오며

아저씨의 손가락이 없는 허전한 손이 생각났다 고통을 이겨내고 카센터를 운영하며 인간 구실을 넉넉히

해가는 그 모습에서 김후시딘은 잠시 또 위축과 알 수 없는 용기들이 머릿속에 교차되는 것이다

아직은 나무들의 잎사귀들이 붉은빛 노란빛 다양하게 빛나고 있다

이제는 오일을 첨가할 관계가 없다는 사실에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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