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가느다란 작은 솜털을 붙잡거나, 되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오늘 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을 하고, 내가 일하는 학원 쪽으로 걸어가다가 내 머리를 스치는 나뭇잎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서 발길을 멈추고 되돌아보았다. 작은 무당벌레가 나뭇잎에 대롱대롱 붙어 있다. 나는 무언가 나를 붙잡았다고 생각하고는,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어본다. 오늘의 선물인 건가. 이 외롭고 공허한 삶 속에 작은 기다림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난 이 녀석을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하이쿠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에 3줄만 쓰면 되니까 하고 즉시 써 보았다. 그리고는 아는 형에게 톡을 보냈다 내가 유일하게 연락을 하고 있는 전 직장동료이자 시인이다.
내가 하이쿠를 보내고 나는 다시 일터로 가서 일을 하다가 보니 한참 후 답장이 와 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 무덥고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가 나의 고독을 더욱 가슴 깊게 찔렀다. 난 뜨거운 해가 눈부신 게 아니라 고독이 너무 눈부셨다. 난 임시처방뿐인 것을 알지만 집으로와 꽁지가 말라버린 참외에 막걸리를 마시고 망각의 세계로 들어갔다. 눈을 떠보니 아직 9시 어둠이 내렸지만 마음의 공허함은 또 찾아온다. 어쩌지?
낯선 온기를 유튜브에서 조금 찾아보다가는 휴대폰이 드르륵~ 울린다. 카페에 올린 글에 누군가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 누군가 시들어가는 꽃이 담긴 작은 화분에 물을 부은 것이다. 나는 긴 호흡으로 수분을 깊게 빨아들여 공허함을 녹여본다. 지금은 밤 11시가 다 되었는데 난 저 나뭇잎과 무당벌레를 들여다보다가 현미경으로 본 것처럼 생각해 본다. 저 녀석의 가느다란 다리들이 나뭇잎에 돋아난 하얗고 뽀얀 솜털들을 붙잡고 있는 거겠지? 안 그러고서는 미끄러질 테니까 저 녀석은 땅으로 떨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떨어져 본 경험은 없겠지? 어쩌다가 왜 저기 나뭇잎끝에 매달리게 된 걸까? 기어 올라가 가느다란 줄기만 붙잡으면 이제 다 된 거야라고 자위하며 버티고 있는 걸까? 나도 나의 가느다란 다리로 솜털 같은 무언가를 붙들고 있겠지.
그 솜털 같은 것은 무얼까? 나는 누군가를 위한 작은 솜털이 되어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