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다른 계절의 숨으로 산다
각기 다른 햇빛을 품은 두 나무가
바람의 결을 달리 받아도
겹쳐진 그림자 하나로
하루를 견뎌내듯
다른 뿌리에서 돋아난 두 나무는
하늘로 뻗은 자리에서
서서히 서로의 방향을 알아간다
인연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스쳐 맞닿은 순간의 온도가
땅속 깊이 스며
뿌리의 모양을 바꾸는 일
붙들고 있던 마음을
조용히 풀어놓으면
그대는 어느새
바람의 결 따라 흘러내린 빛이 되고
우리는 그 빛 아래
초록의 그늘을 드리운다
다른 계절을 걷는 그대와 나
움켜쥐던 계절을 천천히 놓고
남아 있던 상처들까지 내려두어
봄이 스치는 손길처럼
가을이 머무는 눈길처럼
다시 서로를 바라보자
설령 인연이
한 계절의 바람처럼 스쳐가도
남은 마음이 그리움의 향이라면
그 계절은 이미 꽃이었던 것이다
그대에게 물든
다른 계절의 빛을
나는 동경한다
나는 사랑한다.
Fate is not measured
by the length of time
but by the warmth of a fleeting touch
seeping deep into the ground
to change the shape of our ro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