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희미한 자기애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것-

by 인테러뱅interrobang
9.희미한 자기애.jpg
인생에 조금이라도 애정을



예전 휴대전화 배경 화면에 띄워놓은 문장입니다.

과거 군대에 있었을 때 부모님과의 외박에서 오랜만에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그 문장을 보았을 때는 참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현역 시절 과호흡으로 자주 의무대에 실려 가게 되었고

그 원인이 신체적인 질병이 아닌 정신적인 문제인

불안장애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스스로에게 남들 다하는 군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배신감과 비슷한 실망감을 느꼈었기 때문이지요.

이전에도 자기애가 부족하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그때의 상황에서는 저 문구가 매우 따갑게 다가왔습니다.




자기애에 대한 결핍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던 때는

연인과 이별하고 난 이후였는데 열심히 하던

직 교육을 거의 자포자기하듯 끝내고 골방에 틀어박혀 있던 때였습니다.

불안장애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던 운전면허를 장거리 연애를 위해

고생고생하며 땄던 때를 생각하니 비로소 저는 스스로에게 애정을 주는 대신

저에게 애정을 주는 연인에게 대신 애정을 쏟으며

부족한 자기애를 채워왔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연인이 없어지게 되니

저는 자신을 위해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도

갖추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딱히 변한 것은 없습니다.

자기애에 대한 간절한 기분도 들지 않고

평온하다면 평온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는 어느 날 갑자기 길 가다 돌연 심장이 멎게 되더라도

"아, 때가 되었구나"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스스로 오롯이 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어렵지만

그 첫 단추는 결국 스스로에게 건전한 애정을 갖는 것임을.

또 부끄럽지만, 저는 그것의 필요성을 예전부터 절감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배우는걸 미뤄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0화8. 시간은 얼어붙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