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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러뱅interrobang Nov 17. 2024

7. 욕심과 능력

-사람의 지혜를 흐리게 하는건 돈 욕심만이 아니다-


지난달에 방 청소를 하면서 가구의 배치도 바꿨습니다.

 이런저런 짐들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이 만진 물건은 책이었는데요. 

가구를 옮기는 것보다 책장에 꽉 들어찬 책들을 하나하나 빼고

책장을 옮긴 뒤 다시 분류하고 꽂아 넣는 게 더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책을 가지고있지만 사실 그것들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욕심을 부리며 한 권씩 모아온 것들이지만 

결국 제대로 읽지않고 방치해둔 게 워낙 많았죠. 

기실 집 안에 있는 책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마다 

대출 기간에 다 읽지 못할 만큼의 책을 빌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수중에 있는 그 많은 책을 빠르고 세세하게 읽기를 원하지만

 제 독해력은 그 욕심에 다다르지 못합니다.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읽으면서도

 빨리 완독하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조바심에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습니다. 




재물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다른것보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고

그것에 대한 성취욕이 큽니다. 

대학 시절 줄곧 구상했던 웹툰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웹툰이다 보니 작업량이 많았고

 결국 1주에 한번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한화에 반년 이상의 시간이 소모되기도 했구요.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해야하는데...","이번 내로 끝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초조했고

예정했던 기간이 지나면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 외 여러 가지 일을 기획했다가 중간에 힘에부쳐 그만둔 일들도 많았습니다. 




군대 시절 처음 과호흡이 왔고, 그것이 내, 외과적인 원인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라는 소견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아니 배신감이었습니다. 

군 생활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나 자신의 정신력이 한심했었으니까요.

 전역을 한 뒤에도 그런 과호흡이 올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최소한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하고 세워둔 기준이 너무 높았던 모양입니다.

재물 욕심만큼이나 성취욕 역시 사람의 판단력을 흐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정의 형편도 좋지 않고, 거의 히키코모리처럼 생활한 지도 오래되어서 

몇 주간 아르바이트를 찾았지만 허탕이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텅 비어 있는 나의 스펙을 보면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크나큰 욕심에 비해  

정작 현대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등지게 된 것이

 이렇게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만큼 능력이 있거나,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끝장을 보는 성격이었다면 좋을 텐데.

 이럴 때마다 할 수 없는 일에 아쉬워 말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지만 이런저런 실패를 겪다 보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부끄러움 섞인 고민에 빠집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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