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은 날씨처럼 계속 변하니까-
사람의 기분도 매일 다르고, 순간순간 바뀝니다.
성격이 남들보다 예민하다는 것은 마치 불안정한 기상상태와 같죠.
사소한 일로도 쉽게 우울해지고 정신적으로 괴로워집니다.
딱히 남들보다 불행한 일을 겪거나, 극적인 상황에 휘말리는 인생사를 산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예민한 성격 탓에 갈등하고 번민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폭풍우조차 해치고 항해하는
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라는 사람은 도량이 작아서인지
작은 풍랑에도 뒤집히거나 가라앉을 것만 같은
낡은 나룻배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만일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때는 잠시
손을 놓아버리고 마음이 다시 안정되기를 기다려봅니다.
앞서 말했듯, 사람의 기분은 변하니까.
이 폭풍 역시 분명 잠잠해질 테니까.
조급함에 휩쓸려 배를 태풍 속으로 들이는 게 되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될 테니까요.
그 덕에 항해는 지지부진하지만
비루한 배임에도 아직 침몰하지 않고
물 위에 떠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석연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 더위의 9월과는
정 반대로 날씨는 가을이 아닌 초겨울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추워졌습니다.
내 마음의 날씨도 변덕스러워져서 한동안 항해를 멈추고 제자리에 섰습니다.
가야 할 길은 멀기에, 언제까지고 이 자리에 있을 수만은 없지만
아직은 폭풍이 거셉니다.
배가 덜 흔들릴 때까지 조금 더 멈춰 설 겸
이 작은 배 구석구석을 살펴 물이 새거나 허물어진 곳은 없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폭풍우가 지나간 후에, 전에 없던 속력으로 항로를 내달리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