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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러뱅interrobang Nov 03. 2024

6. 나룻배

-기분은 날씨처럼 계속 변하니까-



언제나 같은 컨디션으로 매일을 살아갈 수는 없죠.

날씨도 어떤 날은 맑고 또 어떤 날은 비가 내리듯

사람의 기분도 매일 다르고, 순간순간 바뀝니다.

성격이 남들보다 예민하다는 것은 마치 불안정한 기상상태와 같죠.

사소한 일로도 쉽게 우울해지고 정신적으로 괴로워집니다.

딱히 남들보다 불행한 일을 겪거나, 극적인 상황에 휘말리는 인생사를 산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예민한 성격 탓에 갈등하고 번민하는 일이 많습니다.


기분의 변화가 마치 날씨와도 같다면

인생을 여정이라고 한다면, 항해라고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기분 속에서 이성과 자아를 유지하는 건

매번 다른 날씨 속에서 배를 모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렇게 본다면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화물선처럼 배수량도 크고 복원력도 좋아서

폭풍우조차 해치고 항해하는

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라는 사람은 도량이 작아서인지

작은 풍랑에도 뒤집히거나 가라앉을 것만 같은

  낡은 나룻배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만일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때는 잠시

손을 놓아버리고 마음이 다시 안정되기를 기다려봅니다.

앞서 말했듯, 사람의 기분은 변하니까.

이 폭풍 역시 분명 잠잠해질 테니까.

조급함에 휩쓸려 배를 태풍 속으로 들이는 게 되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될 테니까요.

그 덕에 항해는 지지부진하지만

비루한 배임에도 아직 침몰하지 않고 

물 위에 떠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석연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 더위의 9월과는

정 반대로 날씨는 가을이 아닌 초겨울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추워졌습니다.

내 마음의 날씨도 변덕스러워져서 한동안 항해를 멈추고 제자리에 섰습니다.

가야 할 길은 멀기에, 언제까지고 이 자리에 있을 수만은 없지만

아직은 폭풍이 거셉니다.

배가 덜 흔들릴 때까지 조금 더 멈춰 설 겸

이 작은 배 구석구석을 살펴 물이 새거나 허물어진 곳은 없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폭풍우가 지나간 후에, 전에 없던 속력으로 항로를 내달리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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