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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러뱅interrobang Oct 20. 2024

4. 경동맥

-"목"숨에 관한 단상-

손가락을 목 옆에 대고 맥을 짚어 봅니다.

희미한 박동이 겨우겨우 느껴집니다.

얼굴의 옆쪽. 턱 아래에 위치한 이 혈관은 경동맥이라고 합니다.

요즘 들어 저는 이 부분을 매만지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분명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손목보다는 맥박을 측정하기 쉬운 탓인지

 이곳을 짚어 박동을 느낄 때 살아있다는 것을 조금은 실감하곤 합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생명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가냘픈 것인가도요.

모든 동맥이 다 치명적인 급소지만, 경동맥은 몸 얕은 곳에 얇은 피부로 덮여있어 

더욱 주의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곳을 압박하면 뇌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실신에 이르게 되고, 이를 이용한 

기절놀이라는 위험천만한 놀이가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자살 및 타살을 가리지 않고 표적이 되는 부위이기도 하죠.


목은 머리와 몸, 특히 가슴 부분을 잇습니다.

머리에는 뇌, 가슴에는 심장이라는 중요한 기관이 있지요.

기관지를 통해 들어온 산소는 폐로, 폐를 통해 혈액 속에 녹아들며

혈액은 심장의 박동을 통해 온몸으로 퍼지며, 그중에는 경동맥을 통해 

뇌로 흘러들어 가 산소를 공급합니다.

  목이라는 부위는 기관지와 뇌, 폐와 심장으로 산소와 혈액이 오가는

생명의 길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만큼 중요한 부위인 만큼 인간이건, 짐승이건 동물적 본능 안에 깊이 내재된 모양인지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맹수들이 영양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십중팔구 목을 노리고

인간 역시 오래전부터 사형수에게 고통 없이 한 번에 생명을 끊기 위해 기요틴이나 교수형이나

참수형등 하나같이 이곳에 조치를 가합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생명을 다른 말로 "목숨"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이러니한 것은, 생명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나 심장에 비해 

목과 그 안의 경동맥은 가냘프다 못해 위태위태한 부위라는 점입니다.

 단단한 두개골과 흉곽으로 보호되는 뇌와 심장과는 다르게 

목은 무언가로 보호되어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출되어 있습니다.

몸에서 중요한 부위는 몸속 깊이 단단한 것으로 감싸여 있지만

정작 그것들을 잇는 부위는 피부로 밖에 덮여있지 않는 한줄기라니...


제 아무리 강력한 맹수가 이빨과 발톱으로 무장하더라도

제 아무리 인간의 문명이 갑옷과 총기로 보호하려고 해도

생명은 한 번이라도 잃어버렸다간 모든 것을 잃으며

맹수도, 인간도 오늘날까지 죽지 않는 이는 없습니다.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있건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 사고, 질병앞에서는

경동맥을 보호하는 얇은 피부와 같고

거기에 노출된 생명은 정말 덧없이 사라져 가는 것처럼요. 



다시 한번 목에 손을 대고 맥을 짚어봅니다.

그 안에서 언제, 어떻게 꺼질지 모르는 생명의 연약함과

위태로움을 느끼며, 그것이 세상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명"의 본질이고

그 연약함과 위태로움에서 인간의 모든것.

슬픔, 불안, 분노는 물론이고 

사랑, 희망, 즐거움 

심지어 강인함이 나온다는 것을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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