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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러뱅interrobang Oct 06. 2024

1.  죽음을 설계하다.

-뇌내 수공업으로 죽음을 만드는 공정-

*본 글은 자살 및 우울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불편하실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우울함이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누구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저의 경우, 우울의 강도에 비례하여 그 구체성이 달라집니다.

단순히 죽고 싶다는 문장하나로 끝날 때도 있지만

  여기서 좀 더 심화되면, 도로 위 낙엽처럼 차바퀴에 바스러지거나

뒤집힌 물컵의 물처럼 쏟아지는 등 그런 추상적인 죽음의 형태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쉽게 죽을 수는 없다는 사실에 씁쓸해하며 사고를 멈추어 봅니다만 

이보다 더 우울해질 경우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죽음을 원하며 정보를 찾아봅니다.

사람은 사람이 몇 층높이 이상에서 떨어져야 죽을 확률이 높은지

목을 매달아 즉사하려면 얼마나 높은 높이가 필요하며 

끈의 강도는 어떤 게 좋은지

씁쓸한 이야기지만,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에 나와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자살을 치면 생명의 전화가 나오지만  

"목숨을 끊는 법"이라고 검색하면 나오질 않는다는 것도 씁쓸한 일이지요.

(보건복지부나 관련 공무원분들이 이 글을 보시게 되면 어떻게든 조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저의 죽음을 설계해 봅니다.

주변에서 추락하기 좋은 장소나, 목매달기 좋은 곳을 물색하기도 하고

제 몸무게를 버틸만한 끈이 집안에 있는지

누구에게 유서를 남기며, 무엇을 써야 할지를 상상해 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머릿속에는 그럴듯한 죽음의 시나리오가 이미 집필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심정이 정리되었을 지금  

제가 설계한 죽음에 대항할 생존의 계획을 세워봅니다.

생각보다 쉬웠던 죽음의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생존의 계획은 막막하고 어렵습니다.

다만 죽음의 계획이 단순히 죽고 싶다는 한마디에서 시작한 만큼

생존 계획 역시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를테면 우선 이렇게 솔직히 저의 고충을 털어놓고, 타인과 아픔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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