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이 없다면 지나쳐야 할 글
고작 일상을 살아내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일어나서 일하고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에 모든 힘을 소진할 정도이다. 나의 에너지 총량은 많지 않다. 주변인들은 나에게 ‘그 누구보다 활력이 넘치세요‘라고 말하지만 친구들은 ’그 누구보다 방전이 빠른 아이‘라고 말한다. 일(日)상이 일(事) 상이 되면서 편히 방전되지 못하고 억지로 기운을 끌어다 쓴다. 표정을 만들어 내는 일, 목소리를 키우는 일, 활기차게 말하는 일, 모든 게 나의 힘을 앗아간다. 집으로 돌아오면 빈혈이 인다. 때로는 위가 쓰리다. 그러다 주말이 되어 긴장을 풀면 손발이 떨린다. 손아귀에 힘을 집어넣는 것조차 쉽지 않다. 스트레스에 특히 취약하다.
방해금지 모드로 사는 건 정신이 불편한데 몸은 편하고, 저전력모드로 사는 건 애초부터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없는 기운 끌어다가 팡 쓰고 기절해 버리는 인생이 너무 오래되었다. 돈이 정말 정말 많아서 일상이 취미로만 굴러간다면, 그러면 풍족한 기운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입에 풀칠을 하고, 일신의 안녕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렇다면 매번 앓아 눕지 않을 수 있나? 돈이 많아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다. 아아 부자 되고 싶다. 허구한 날 인스타그램엔 소액으로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스팸 계정이 팔로우를 건다. 웃기시네. 코딱지만 한 내 돈마저 뜯어가려는 거면서. 하긴 야망을 가지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체력이 있는 자가 야망을 실현하니까. 나는 허무한 망상만 할 수 있지, 야망을 가질 체력이 부족하다. 내가 아는 목표지향적인 야망 인간들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통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하면 되잖아?”라고 되물을 게 뻔하다. 그런 게 있어, 그냥 살아가는 것만 겨우 해내는 인간, 그것 만으로도 온 힘이 부치는 인간.
지금은 사교성에 중독된 것 같다. 그놈의 사교성과 사회성, 발휘 좀 안 하면 죽나? 가만히 있으면 조금의 에너지라도 아낄 수 있는데. 차라리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했던 옛날엔 몸이라도 편했던 것 같다. 아니다. 지금이 낫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얻은 지 10년도 되지 않았다. 그냥 좀 우는 소리하는 거다.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일도 하고 취미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자기 계발도 하고 살아가지? 너무 신기하다. 나는 그냥 너무 지치는데. 인생 날로 먹고 싶다. 진짜 꿀 빨고 싶다. 일 안 해도 돈이 쌓였으면 좋겠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고 싶다. 동시에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바닥난 체력으로 인해, 감정까지 바닥으로 처박히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왜 살지? 라는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 왜 살긴, 살아있으니까 살지. 나만큼 처절하게 살아있으려 힘을 쏟는 인간이 어디 있다고!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어떻게든 육신의 멱살을 잡고, 정신의 머리채를 잡은 채 끌고 가는 거다.
즐거운 글을 쓰고 싶은데, 유쾌한 척을 하느라 진짜 유쾌함을 소진해 버렸다. 그냥 딱 30억만 들어오면 해결될 것 같다. 아니면 딱 3년만 유급 휴가를 달라! 나의 체력을 보장하라! 아니다. 이런 헛소리 할 시간에 내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돈을 좀 모으는 게 최선이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알고도 못하는 거지만. 으음 그래 거지. 이렇게 살다간 거지되기 십상이다. 오케이! 앞으론 배달 음식을 안 먹어야지. 조금의 에너지를 더 투자해 직접 해 먹어야지. 아이쿠 또 에너지를 써야 하네. 오늘도 열심히와 대충 사이의 어중간한 인생을 사는 인간은 “대충 살자”라고 다짐만 한다. 그래 그냥 대충 살자. 아니면 존나 열심히 살자. 둘 다 어렵다.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