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선물

by 이육공

선물을 준비하는 일, 특히나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일은 사랑이라 명명된 행위이다. 사물이 당신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내가 당신을 향한 깊은 애정에 빠졌다는, 혹은 빠지기 직전이라는 신호이다. 수컷 새가 가장 예쁜 돌을 주워 암컷 새에게 구애하듯, 나는 그 사람이 좋아할 법 한 물건을 구해 주워왔다는 듯이 툭 건네는 것이다. 생일처럼 큰 기념일이 아니라, 그냥 아무 날도 아닌 때, 그냥 내 일상에 당신이 툭 박혀있다는 듯이, 그렇게 건네는 선물들. 이를 테면, 핑크색을 보면 혜림이가, 집개핀을 보면 주원이가, 금속 뱃지를 보면 유재가 떠오르는 식이다.


대부분의 선물은 주인을 찾아가지만 주인에게 건네지지 못하고 남아버린 물건들도 있다. 선물을 준비하던 시간 동안 사라진, 아니면 약해진 관계들. 그 과정에서 꼴도 보기 싫어진 물건이 있는가 하면, 아쉬움에 물건이라도 가져가주길 하는 경우도 있다. 선물이란 게 대개 그렇듯 당사자는 선물이 준비된 줄도 모르지만 말이다.


더 이상 선물이라고 명명할 수 없는 그냥 ‘물건’을 아무 데나 방치한다. 상대에게 맞췄기에 누구도 쓸 수 없다. 사이즈나, 취향이나 그런 여러 가지 문제들, 무엇보다 선물에 담긴 시간이라는 기억들 때문에 나 또한 쓸 수 없다. 방치된 시간이 길어지면 떠오르는 빈도는 줄겠지만, 그래도 가끔씩 기억 저편에서 튀어나와 ‘어떻게든 처리해 봐!’ 한다. 버릴 수도, 남에게 줄 수도, 내가 가질 수도 없는 무용한 선물을 들고 생각한다. 그냥 선물이 알아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 원래 주인에게 걸어가기를.


이대로 놔두면 선물이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시절과 사람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가 되어버릴 것들을 보며 그래도 정리해야 한다고, 더 이상 집에 물건을 들일 자리가 없다고 다짐한다. 마음의 방은, 그 이후에 차차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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