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인내의 연속이라고들 하죠.
그 말을 들을 땐
‘버티는 게 곧 사랑’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는 지금 버티고 있는 걸까, 무너지고 있는 걸까”
그 경계가 흐릿해졌습니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그 짧은 틈,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눈을 감은 적이 있어요.
몸이 아픈 건 아닌데,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감정이 말라 있었죠.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조차
마음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육아를 시작하고부터
내 하루는 온통 아이로만 채워졌어요.
언제 먹였는지,
언제 씻겼는지,
언제 기저귀를 갈았는지
그건 다 기억나는데
나는 마지막으로 언제 밥을 천천히 먹었는지,
언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봤는지
기억나지 않았어요.
‘나’는 점점 흐려지고,
오로지 ‘누구 엄마’로만 존재하는 시간이 쌓여갔죠.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밤새 열이 나던 날,
잠 한숨 못 자고 아기의 이마를 재며
붉어진 눈으로 아침을 맞았어요.
그 순간 문득
누가 나를 꼭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고했어.”
그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 내릴 준비가 되어 있던 내 마음을
누군가 알아봐 주었으면…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엄마도 쉬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했어요.
아이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나를 보며 웃었어요.
젖먹이처럼 웃는 그 모습에
나는 또다시 녹아버렸어요.
“엄마~”라는 한마디.
그 짧은 소리에
무너졌던 마음이 다시 조각처럼 모였어요.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가끔은 도망치고 싶고,
말없이 이불 속으로 숨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누구 때문이 아닌,
이 아이와 나, 우리 둘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된다는 건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무너질 수밖에 없는 순간에도
다시 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일어서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혹시
조금 무너져 있다면,
괜찮아요.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어요.
그리고 분명,
우리는 또다시 일어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