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였던 너

by 울림

너는 내 마음속
우뚝 선 등대가 되어

나는 폭풍우 치는 항해의
배를 모는 선장이 되고

보이지 않더라도 늘 네가
그 장소에서 여전히

흰 불빛, 나를 바라보며
비추고 있다고 믿을게

나를 위해
너가 많이 눈물 흘렸다는 걸 알아

너가 지금
그렇지 않다 해도 말이야

슬며시 다가오면
다짐하고 밀어냈지만

다시 내게
무심히도 웃으며 다가와

시간이 어느덧 지나니

제발 나를 사랑해 달라고
신이 있다면 빌었고

제발 너를 잊고 싶다고
과거를 향해 절규했어

이성과 감정이 번갈아 가며
수없이 너라는 존재를 곱씹고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과거 속에 숨 쉬는 너는

행복의 원동력이었고
세상의 기준이었어

전해지지 않은 생각들은
너를 묵묵히 향했고

순간에 물든 너는
되돌아 나를 가리켰지

너 사랑한 모든 순간에
나 정말로 후회는 없었어

흑백이던 내 도화지에
너는 색깔을 부여했고

부족한 색은
늘 아쉬움이 남으니

완성하지 못한 그림은
활활 태우고 잿더미만 남겼지


조각난 마음
비친 빛은 너무 따스해서

다양한 각도로 나를 비추었고
바라볼 때마다 눈이 부셨지

걸어갈 길 너무 달랐지만
어떻게든 잇고 싶었으니

모든 순간은 축복받았고
그래서 동시에 저주받았어

함께한 모든 순간
모든 모습을 꾸밈없이 사랑했어

살아갈 인생
분명 고되겠지만

그때의 환한 웃음을
절대로 잃어버리지 마

현실과 생활에 저당 잡혀
헐값에 팔아버리지 마

이제는 너를

마음에 담아낼 수 없어서
도움이 될 수 없어서 미안해


해줄 수 있는 건

닿지 못하는 응원밖에 없어서 미안해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년 후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