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마치 휴가

엽떡이 주는 행복은 강했다

by 도토리 Dotori
u6391548182_httpss.mj.run5Epxae51r9s_A_cute_acorn_boy_charact_86487fbd-376b-4a86-bea9-553f799f4715_0.png


스트레스 가득한 날,

저마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다르지만,

입안이 얼얼하고 땀 뻘뻘 흐리며

쓰린 속을 매운맛으로 더 누르며 먹는 엽떡이

제게는 제일입니다.


입안이 얼얼해질 만큼 매운 엽기떡볶이

소시지향기, 쫀득한 떡, 쭉~ 늘어나는 치즈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특별한 매운 소스

너무 매울 때 먹는 아삭한 단무지와 달달 쿨피스의 위로

엽떡이 주는 행복은 강했어요.


엽떡을 먹다 보면 나도 모르게

꽉 막혀있던, 눈물 나게 속상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려버렸습니다.


혼자 먹어도 이리 좋은데

엽기 떡볶이 회동이 열리면

약속 잡는 순간부터 "내 마음 마치 휴가"


"맵다, 진짜 매워 "를 외치며

얼굴을 붉히는 친구들의 모습

서로 발그레 해진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오고


누구 하나 "아~ 진짜 힘들었다"

한마디 꺼내면

"나도 그랬어!!"

"와~ 그건 진짜 열받는다"

"그래서 오늘 엽떡 회동!!!"

라는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죠.


누구 하나 특별한 해결책을 말해 주지 않아요.

그저 듣고, 같이 웃고, 같이 땀 흘릴 뿐


그런데 이상하게

고단했던 삶이

눈물 나게 외로웠던 내가

너무나 속상했던 모습이

그 순간만큼은 잊게 됩니다.


매운맛 사이로 번지는 웃음과

얼얼함 사이로 오가는 공감들이

나를 또 이렇게 견디게 합니다.


이 맛에, 이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서랍>


고단한 하루였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쳤던 하루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이 그리 버겁게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내일 오전 11시,
좋아하는 사람들과 엽기떡볶이를 먹기로 했거든요.
휴가를 맞이하는 기분~

"내 마음 마치 휴가"


떡볶이 때문만은 아니에요.
함께 웃고, 별다른 말 없어도 편안한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사람이 힘을 버티는 이유는,
큰 사건이나 특별한 날이 아니라
이렇게 사소하고 확실한 약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떡볶이 회동 약속에

오늘 하루가 조금은 덜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또 하루를 잘 살아냈습니다.
내일을 기다리면서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도, 마음 야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