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도만 따듯해지면 얼음은 녹는다.
얼음은 물보다 부피가 큽니다.
같은 양의 물도,
차가워지면 더 커지고,
그 커진 얼음은
자신이 담겨있던 잔마저 깨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의 몸이 70%가 물이라 그런 걸까요.
차가운 말 한마디,
차가운 눈빛,
차가운 마음 하나가
어느 순간, 내 안에 얼음이 되어 박혀버립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던 차가움이
서서히 투명하고 단단하게, 뾰족한 얼음으로 자라나고
때로 나를, 때로는 누군가를 상처 내곤 합니다.
하지만 얼음은 결국,
따뜻함에 녹아내립니다.
세차게 불어 붙이는 불길이 아닌,
그저 햇살 같은 말 한마디,
살짝 스친 따듯한 눈빛하나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굳어 있던 마음의 얼음을 녹이기 시작합니다.
상처를 주는 건 언제나 차가움이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건 결국, 따뜻함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엄청난 온도는 필요하지 않아요.
딱 0.1도만 따듯해지면
아주 차가운 물도 얼음을 스르르
소리 없이 녹아내릴 수 있으니까요.
<작가의 서랍>
덥다…
돌얼음 하나를 입에 넣어봅니다.
아, 까칠까칠해.
뾰족뾰족한 얼음이
입 안을 조심스럽게 찔러옵니다.
차가운 물에
작은 얼음 한 알을 넣어봅니다.
얼음은 금세 녹아버립니다.
알고 있죠.
얼음이 어는 온도는 0도,
녹기 시작하는 온도는 0.1도.
정말 작고 작은 차이.
우리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온도지만,
그 0.1도에 얼음은 스르르 녹아내립니다.
한동안 차가운 사회에서 상처 입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런데요, 저의 고민이 우습게도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에게 위로받는다는 것이었어요.
나를 채워주는 완벽한 내 사람뿐 아니라
그냥, 스쳐가는 인연일지라도
내게 환하게 웃어주고,
눈인사 한번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 마음속 얼음은 어느새 아무 말 없이도
조용히 천천히 녹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