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느슨하게, 조금씩 유연하게
저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입니다.
하루 일정을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어야 마음이 편하죠.
계획이 어긋나면 금세 어수선해지고
하루가 흐트러진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와 정반대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기분 따라 움직이고,
예상치 못한 변화를 즐기며
눈앞에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가볍게 뛰어드는 사람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MBTI에서 그들은 P형, 나는 J형입니다.
계획표가 있어야 마음 편한 나와 달리,
계획대로 움직여야 함을 불편해하는
자유의 흐름을 타는 그들입니다.
처음엔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왜 저렇게 하지? "
그런데, 가끔 그 자유로움이 부럽습니다.
예정에 없던 길로 들어서도 두려움이 없고
작은 실수도 웃어넘기는 여유들이...
저는 여전히 계획형 인간입니다.
일정이 잘 짜여있어야 안심하죠.
하지만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조금 느슨해지는 법을.
조금은 유연해지는 법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삶은 틀 밖에서도 충분히 아름답게 흐른다는 걸.
아이의 여름 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저의 J본능이 발동합니다.
‘이 소중한 한 달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식물원에 가서 모네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도 그리기,
롯데월드에 가서 하루는 신나게 놀기,
직업체험, 박물관나들이까지—
계획은 또박또박 써 내려가고,
마음은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진심 하나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문득 깨닫습니다.
꼭 즉흥적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가 짠 계획표 안에
‘사랑’이 있고 ‘배려’가 있다면
그건 이미 따뜻한 여름방학이라고.
그래요.
저는 여전히 계획형 인간입니다.
오늘도 몇 군데나 전화를 했는지 모릅니다.
다양한 체험의 예약을 하고
다이어리엔 빼곡한 일정들이 눌러앉아 있지요.
하지만 그 계획의 중심에는
늘 아이가 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방학은,
파워 P와 파워 J가 만나
조금은 즉흥적이고,
조금은 질서가 있는
완벽한 균형의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방학,
P를 꿈꾸는 J는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을까요?
아마 그럴 것 같아요.
그렇게 J는 조금씩 P를 닮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