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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아는 나, 다름에 지친 나

그 다름 안에서 나를 더 단단히 지켜보려 합니다.

by 도토리 Do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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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세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

비슷한 습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곁에 있었으니까요.

사람을 대할 때 ‘상식’이라는 단어는

늘 같은 의미로 통한다고 믿었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상식,
그것이 세상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가고,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나와 닮은 사람보다,

나와 어떤 교집합도 없는 사람들이
내 주변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상식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문제는, 안다고 해서 쉬워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앞에선 마음이 불편해지고,
“나라면 절대 저렇게 안 할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먼저 스칩니다.


다름을 깨달았지만,
그 다름 때문에 여전히 힘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인정’의 단계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평생 그 문 앞을 맴돌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은,

적어도 ‘다름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그걸 놓치는 순간,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멈출 테니까요.

그리고 그 다름 안에서 나를 더 단단히 지켜보려 합니다.




<작가의 서랍>


사람들 속에서
나와 비슷한 상식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예전엔 몰랐습니다.


"나라면 저렇게 안 했을 텐데."
"어떻게 저런 선택을 하지?"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강사 시절,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참 자주 사용했던 말이 있습니다.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은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라.”

그 말이 옳다는 걸 압니다.
틀린 게 아니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깨달음이 곧 수용을 의미하지는 않더군요.
그들의 다름은 인정하지만,
그 다름이 주는 피로와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그 다름 속에서도

내 마음이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배움을 얻게 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불편해하는 나를 탓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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