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한 가장 깊은 사랑
어릴 땐 기다림이 참 길게 느껴졌습니다.
놀이기구 한 번 타려고 서 있는 시간,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그저 지루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누군가를 위해 기다리는 자리에 서보니
그 시간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기꺼이 서 있는 시간.
그 안에는 사랑이 고요하게 숨 쉬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해주신 기다림이
이제는 제 손끝과 발끝에 묻어납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죠.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던 그 마음.
사랑이 마음에 자리 잡아야만
비로소 할 수 있는 기다림.
그 기다림은,
누군가를 위한 가장 조용한 사랑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를 위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 주는
부모님과 신랑이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때로는 토닥임으로,
때로는 그저 곁에 서 있음으로
제 하루를 버티게 하는 사람들.
그 기다림 속에 담긴 마음을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더 고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깊은 사랑을 주고 있는 그들에게.
<작가의 서랍>
방학을 맞아 아이를 데리고 롯데월드에 갔습니다.
이상하게도 다른 놀이동산은 종종 가면서,
같은 서울 안에 있는 롯데월드는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놀이동산에 들어서자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밀려옵니다.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줄을 서고,
츄러스와 아이스크림을 들고 뛰어다니던 그때의 나.
하지만 달라진 것도 있었습니다.
어릴 땐 길어야 30분 기다리면 탈 수 있었는데,
이제는 평일에도 2시간 대기가 기본입니다.
아이들은 근처 벤치에 앉혀두고,
엄마 둘이서 긴 줄에 서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나를 위해 이 긴 줄을 묵묵히 서 있던 부모님.
더운 날, 추운 날, 피곤한 날에도
한 번이라도 더 태워주고 싶어서
웃으며 기다려 주셨던 그 모습이.
그날 롯데월드에서,
저는 아이에게 놀이기구를 태워준 것보다
부모님의 기다림을 조금이나마
닮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를 사랑해 주고
여전히 나를 위해 기다려 주는 그들에게,
말로 다 하지 못할 만큼 깊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