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나를 지키는 보호막이자, 진정한 사람을 그리워하게 합니다
살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어떤 사람은 손이 닿을 듯 가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한참 멀리 떨어져 있지요.
우리는 늘 그 거리를 오가며 관계를 맺습니다.
아주 가까웠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멀었던 사람이 어느새 내 곁에 성큼 다가와 있기도 합니다.
0cm의 거리,
숨결이 닿을 만큼,
서로의 온기가 느껴질 만큼.
가족, 가장 가까운 친구,
혹은 연인만이 들어올 수 있는 신뢰의 공간
45cm의 거리,
어깨를 살짝 부딪히며 웃고,
가볍게 손을 잡을 수 있는 거리.
좋은 친구,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연인
1m 이상,
동료 또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
결국 우리는 이 거리를 조절하며 살아갑니다.
누군가를 밀어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온 힘을 다해 다가가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거리 조절의 주체가 바로 당신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허락하는 만큼만,
당신이 원하는 만큼만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심장과 심장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는 거침없이 마음을 내어줬지만,
지금은 혹시나 상처받을까 봐,
혹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겁부터 납니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 앞에서 서성이다
결국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큰데,
진정한 내 사람이라 여겨지는 이는 점점 적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해집니다.
하지만 언젠가,
조심스레 다가와 그 거리를 허락할 누군가가 있다면,
그 인연은 더욱 소중하고 단단해질 겁니다.
<작가의 서랍>
예전에는 전혀 외롭지 않았습니다.
늘 가까이에 사람이 있었고,
심장과 심장 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45cm 이내에 있었지요.
하지만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또 내 가치관이 점 세밀하게 정립되면서
상처가 두려워 내 것을 보이지 않고
돌아올 반응이 염려되어
내가 먼저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사람관계에서 크게 상처를 받은 지
벌써 5년이나 지났습니다.
그 상처가 너무 커서일까요.
이제는 누군가를
45cm 이내 마음의 거리로 들이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요.
상처가 만든 이 단단한 보호막 덕분에
지금의 나는 더 안전하고 평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은 너무 그립습니다.
두려움 따위 몰랐던 시절,
심장과 심장사이의 거리를
망설임 없이 좁히던 그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