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과 심장 사이의 거리; 내가 허락한 공간

상처는 나를 지키는 보호막이자, 진정한 사람을 그리워하게 합니다

by 도토리 Dotori
u6391548182_Two_glowing_hearts_suspended_in_a_vast_dark_space_d3e0eb5e-8a96-4587-9871-63c8a233d8c5_2.png


살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어떤 사람은 손이 닿을 듯 가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한참 멀리 떨어져 있지요.

우리는 늘 그 거리를 오가며 관계를 맺습니다.

아주 가까웠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멀었던 사람이 어느새 내 곁에 성큼 다가와 있기도 합니다.


0cm의 거리,

숨결이 닿을 만큼,

서로의 온기가 느껴질 만큼.

가족, 가장 가까운 친구,

혹은 연인만이 들어올 수 있는 신뢰의 공간


45cm의 거리,

어깨를 살짝 부딪히며 웃고,

가볍게 손을 잡을 수 있는 거리.

좋은 친구,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연인


1m 이상,

동료 또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


결국 우리는 이 거리를 조절하며 살아갑니다.

누군가를 밀어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온 힘을 다해 다가가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거리 조절의 주체가 바로 당신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허락하는 만큼만,

당신이 원하는 만큼만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심장과 심장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는 거침없이 마음을 내어줬지만,

지금은 혹시나 상처받을까 봐,

혹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겁부터 납니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 앞에서 서성이다

결국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큰데,

진정한 내 사람이라 여겨지는 이는 점점 적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해집니다.

하지만 언젠가,

조심스레 다가와 그 거리를 허락할 누군가가 있다면,

그 인연은 더욱 소중하고 단단해질 겁니다.




<작가의 서랍>


예전에는 전혀 외롭지 않았습니다.

늘 가까이에 사람이 있었고,

심장과 심장 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45cm 이내에 있었지요.


하지만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또 내 가치관이 점 세밀하게 정립되면서

상처가 두려워 내 것을 보이지 않고

돌아올 반응이 염려되어

내가 먼저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사람관계에서 크게 상처를 받은 지

벌써 5년이나 지났습니다.

그 상처가 너무 커서일까요.

이제는 누군가를

45cm 이내 마음의 거리로 들이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요.

상처가 만든 이 단단한 보호막 덕분에

지금의 나는 더 안전하고 평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은 너무 그립습니다.

두려움 따위 몰랐던 시절,

심장과 심장사이의 거리를

망설임 없이 좁히던 그때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공의 주문, 나의 다짐이 기적을 만들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