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찍히고, 오래 남는 억울한 낙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힘이 있습니다.
때론 따뜻한 격려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 사람은 원래 그래.”
“그건 네 성격이잖아.”
타인이 만들어 놓은 낙인이
그 사람의 삶을 오래도록 묶어두기도 합니다.
낙인은 사실 보이지 않는 이름표 같은 겁니다.
스스로 붙인 적은 없지만,
타인의 눈길과 말들이 붙여놓은 이름표.
나와는 상관없는 시선으로,
그들이 만들어놓은 색안경으로
나를 단정 지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 낙인은 사실과 다르게 뒤틀린 모습으로
나를 가두고, 숨 막히게 만듭니다.
몸서리치게 지겹고,
참을 수 없이 힘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낯선 내가,
나의 진짜 모습을 덮어버릴 때.
낙인은 그렇게 남아,
끝내 나를 따라다닙니다.
떼어내려 애쓸수록
더 짙게 스며드는 그림자처럼.
그래서 나는 바랐습니다.
사실과 다르게 새겨진 그 낙인을
한 장 한 장, 힘껏 뜯어내고 싶다고.
다시는 나를 가두지 못하도록
내 이름표는 내가 새로 붙이고 싶다고.
그리고 믿습니다.
억울해도, 아무도 몰라줘도,
나에 대한 낙인이 거짓임을
언젠가 모두가 알게 되리라는 것을.
<작가의 서랍>
얼마 전, 학교 체육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그 아이들이 문제아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무리 지어 다니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왔으니까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체육부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혼자가 아닌 무리를 지어 다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그들에게만 ‘문제’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명확한 근거 없이 찍힌 낙인은
아이들을 더 작게 만들고,
억울하게 만들고,
결국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합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이건 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우리는 늘 근거 없는 낙인에 움츠러듭니다.
사실과 다르게 씌워진 이름표가
한 사람의 삶을 오래도록 따라다니는 것처럼.
낙인은 언제나 너무 쉽게 찍히지만,
그걸 지우는 건 끝없이 어렵습니다.
애써도 애써도,
더 짙게 남는 그림자처럼 말이지요.
억울하고 답답한 그 틀이
누군가의 삶 전체를 규정해 버릴 때,
그 무게는 상상 이상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낙인은 한때는 힘을 가질지 몰라도
언젠가, 모두가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