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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경 같은 사람.

해결보다 더 큰 위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by 도토리 Do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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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핸드폰을 사용하다 보면
때로는 흐릿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겹겹이 쌓인 듯한 뿌연 모습에
눈을 비벼도 여전히 선명하지 않을 때가 있지요.
시력은 정상이지만, 자꾸만 불편해집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시야를 조금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보안경입니다.
눈부심을 줄이고, 피로를 덜어주며,
수면 리듬을 지켜주는 작은 도구.


시력을 좋아지게 하진 않지만,
꾸준히 착용하면 눈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사람 사이에도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내 삶에 보안경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내가 세상에 지쳐 눈이 피로할 때,
그 사람은 앞에 서서 강한 빛을 가려주고,
흐려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 사람은 내 삶을 완전히 바꿔주진 않습니다.
시력을 교정해 주는 안경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지요.


그저 곁에 있을 때마다
세상이 덜 눈부시고,
조금 더 편안하게 보이게 만듭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은밀한 울림일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서랍>


요즘 눈이 부쩍 침침해졌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글씨가 겹쳐 보이고,
눈에 뭐가 낀 듯 답답해 자꾸 비비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대학원 시절 쓰던 보안경이 떠올랐습니다.
논문을 쓰고, 자료를 읽느라
컴퓨터 불빛에 지쳤던 그때,
늘 내 곁에 있던 작은 방패였지요.


오랜만에 서랍 속에서 꺼내
살짝 먼지를 털고 다시 껴봤습니다.

플라세보 효과일까요?
아니면 진짜 보안경의 힘일까요?
분명한 건, 눈이 훨씬 편안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도 보안경처럼,

해결보다 더 큰 위로로 다가와

곁에서 눈부심을 가려주고

불편한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히 내 옆을 지켜주는 그런 사람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덜 버겁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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