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남편이 주말에 지인 텃밭에서 상추, 치커리, 당귀, 아삭이상추, 겨자잎을 한가득 뜯어왔다. 유기농으로 키워서 그런지 싱싱하고 색감도 더 푸릇했다.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며 와이프가 좋아한다고 하니 잔뜩 뜯어가라고 했다고 전해주었다. 시골출신인 우리는 제철음식을 좋아한다. 텃밭에서 바로 뜯어 깨끗이 씻은 후 쌈장에 싸 먹는 맛은 잊을 수 없는 고향의 맛이었다. 남편의 도착소리가 들려왔다. 냉장고 싱싱 야채칸에서 야채들을 종류대로 꺼내 깨끗하게 씻어 야채탈수기에 돌려 물기를 빼고 접시에 종류별로 담아놓았다. 쌈채소가 있으니 고기가 빠지면 안 되니 냉동실에서 냉동삼겹살을 꺼내 달궈진 프라이팬에 구웠다.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지니 아이들도 하나둘씩 부엌으로 모여들었다. 오늘은 대체공휴일이어서 학교와 학원이 다 쉬는 관계로 남편만 출근을 했었다.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막내의 의견이 들어와 딸과 큰아들도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했었는데 고기 굽는 냄새가 다시 식욕을 돋웠는지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삼겹살에 쌈 싸서 먹으려 했는데 준비하고 있었네."
"그럼 일하느라 수고했으니 삼겹살 구워줘야지."
"역시! 자기밖에 없네."
남편과 나의 대화를 듣던 삼 남매는 아빠, 엄마는 정말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으며 웃었다.
반찬을 준비하고, 된장찌개를 중간에 놓았다. 예전엔 된장찌개도 청양고추 넣은 매콤한 된장찌개와 청양고추 안 넣은 찌개를 만들어야 했었는데 아이들이 크고 나니 얼큰한 된장찌개 하나만 끊으니까 수월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접시에 담아 식탁 위에 놓았다.
"어서 들 먹어."
"바로 구웠을 때 먹어야 맛있지."
프라이팬 한 번으로는 부족하기에 삼겹살을 몇 번이고 구워야 했다.
막내가 쌈을 하나 싸서 입에 넣어주었다. 역시 쌈은 식구들이 싸줘야 맛있는 것 같다. 먹은 걸 확인하면서 딸과 큰아들도 하나씩 쌈을 싸 입에 넣어주었다. 벌써 배가 불러왔다. 그때 딸이 아빠를 쳐다보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다.
"아빠! 아빠는 왜 아빠만 먹는데 엄마도 한 쌈 싸서 줘야지."
"니들이 싸줬잖아."
" 우리가 싸주는 거랑 아빠가 싸주는 거랑 같아."
"어! 말이야. 아빠가 고기 구우면 엄마는 쌈 싸서 먹여주었잖아. 그때 기분 좋았지?"
"좋았으면 아빠도 싸주면 엄마도 좋아할 거잖아."
나는 웃으며 마저 고기를 구우며 남편에게 말했다.
"자기야! 한 조각만 넣어서 쌈 싸줘. 나 입 작은 거 알지."
남편은 쌈은 크게 싸서 먹어야 맛있다며 쌈채소 여러 개를 엎어 쌈장과 삼겹살, 구운 마늘을 넣어 가져왔다. 쌈을 보자마자 허걱!
"이걸 어찌 먹으라는 거지?"
"나 엿먹이는 거지."
"엿 먹이다니 맛있게 싸줬구먼"
"알겠어. 담엔 작게 쌈 싸줘. 한 입에 안 들어가잖아."
"그래. 알겠어. 크긴 크네."
남편은 머쓱해하며 자리에 돌아가 쌈을 싸서 먹었다.
'나는 저녁을 준비했으니 나머지는 식구들이 알아서 하겠지'하며 환기를 시키려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공기가 하루가 다르게 느껴졌다. 온 방안에 고기 구운 냄새가 가득했다. 식구들은 가위바위보로 설거지담당, 반찬 정리 담당, 뒤처리 담당, 물걸레청소기 담당을 정해 각자 할 일을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뒷정리를 하고 내 옆으로 오면서 노란 잔을 내밀었다.
뜨거운 맥심믹스커피였다.
"엄마 속 안 좋을까 봐. 사이다는 차가워서 못 먹잖아."
"아잉! 고마워. 역시 막내가 타준 커피가 젤로 맛있어."
"고3 이까. 이번만 타주고 대학 입학하면 타줄게."
"알겠어. 엄마도 당분간 커피 참아야겠네."
부엌에서 각자 자신의 담당일을 열심히 하는 식구들을 보니 행복하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언제까지 품 안에서 키울 수 없는 걸 알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날까지라도 행복한 추억이 되도록 자주 시간을 보내야겠다.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기에 행복하게 보내줄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오늘도 행복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배려해 준 가족들이 고맙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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