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좋은 만남으로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다.
산책을 하며 길가의 핀 들꽃들과 민들레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역시 전에 사용하던 핸드폰보다 화질이 좋아 선명하게 나왔다. 초점도 자동으로 맞춰줬지만 나에게는 번거로웠다. 선명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조금만 초점이 흔들려도 흐릿하게 바뀌었다. 손이 떨려 잠시 쉬자며 교회 앞 벤치에 앉았다. 마침 하교시간이라 수선해졌다.
아파트 단지옆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교문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하하 호호 까르르 꺄르륵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사진을 찍기 위해 일어서려는데
"민들레 선생님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뭐지? 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단발머리의 아이가 웃으며 다가왔다.
"민지구나! 잘 지냈어?"
"어떻게 아셨지?"
"왜 몰라. 이쁜 민지를 ㅎㅎㅎ. 그런데 선생님인지 어떻게 알았어?"
"민들레 보고 있어서 민들레 선생님이라 생각했어요."
"선생님 생각해 줘서 고마운데."
"3학년이지. 학교생활은 어때?"
"재미없어요. 맨날 맨날 숙제만 해오라 해요."
"울 민지는 꼼꼼해서 숙제도 잘해갈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은 숙제 없어서 친구들이랑 놀 수 있어서 좋아요."
"그렇구나! 역시 울 민지 짱"
"민석이는 1학년?"
"네. 요즘 엄청 말 안 들어요."
까불이 민석이와 동생을 챙겨야 했던 민지였다.
보육교사 시절 함께 지냈던 민주가 어느새 3학년이라니
아쉽게도 민석이는 만날 수 없었지만 민주를 만나서 반가웠다. 아직도 '민들레 선생님'이라 기억해 준
민주가 고마웠다. 가방에 들고 나온 그림책을 민주에게 선물로 주었다.
《사랑을 뿌려요, 조금씩, 더 많이》 로라 이동 글, 그림/ 키다리 출판 그림책이었다.
"와! 귀엽다. 선생님이 그림책 많이 읽어주신 거 생각나요."
"그랬지. 울 민지도 그림책 좋아했던 거 같았는데 아닌가?"
"좋아하는데요. 엄마가 그림책은 학교도서관 빌려와서 보라고 했는데요. 민석이랑 민주가 낙서하고, 찍고 그래서 사서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그래서 엄마가 읽으려면 학교도서관에서 읽고 오래요."
"그랬구나! 민지 속상했겠네. 맘껏 그림책도 못 읽고"
"그래도 선생님이 주신 건 찢으면 안 되니까 보물상자에 넣어놓고 읽어야겠어요."
"고마워! 민지야. 선생님 기억해 줘서"
"선생님이랑 그림책활동하는 거 재밌었는데"
"재밌었다니 선생님 기분이 너무 좋은데."
"다음에 또 보면 얘기 나누자."
"네! 선생님."
"조심히 들어가."
그렇게 나와 민지는 7살 때 만났었던 친구다.
민석이는 5살 반이었고, 졸업할 때 셋째 동생이 태어났다. 예쁜 여동생 민주였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기 전에는 함께 활동을 하고,
학교에 입학하면서도 몇 번 보았지만 인사
나누는 게 쉽지 않았다. 기억하는 것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갑게 인사해 줘 고마웠다.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눠보고 장녀의 대한 힘듦이 엿보였다. 그래도 믿는다. 잘 헤쳐나갈 것을...
그림책을 들고 나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림책을 좋아했던 민지가 그림책을 읽으며 살아가는데 용기와 희망을 품고 살아가길 응원한다.
살아가면서 만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론 좋은 인연을 맺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한 명의 기억 속에서 내가 민들레선생님으로 기억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림책은 나에게 행복한 순간들을 경험하게 해 준다.
그림책을 좋아하고 읽는 시간이 소중하다.
그림책과 인연! 친구들과의 인연! 삶을 살아가면서 만난 인연들은 모두가 나에겐 '귀인'이었다.
#민들레선생님으로 기억되다 #민지와의 만남 #모두가 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