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찜에 사랑을 담아내다.
먹구름이 몰려온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며 요란하게도 비가 내렸다.
베란다에 들어오는 비를 막으려 창문을 닫았다.
문득 친정엄마에게 온 미나리가 떠올랐다.
빗소리가 부침개를 부르듯!
미나리를 손질하고 채반에 두어 물기를 빼며
서랍을 열어 부침가루를 찾았다.
'허걱! 없다. 낭패다. 이를 어쩌나.'
밀가루도 튀김가루도 ㅠㅠ 그때 기억이 났다.
전에 비가 올 때 부침개를 하고 난 후 주문을 해야 했는데 잊어버리고 주문을 하지 않았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나이를 탓해야 하는 건지! 기억력을 탓해야 하는 간지! 누굴 탓하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침 어젯밤에 남편이 먹고 싶다고 했던 꽃게찜이 떠올랐다.
"그래! 그러지 뭐, 재료도 다 있는데." 내가 했던 말도 기억이 났다. 부랴부랴 냉장고를 열고 재료를 꺼냈다.
냉장실 와 냉동실에는 친정엄마가 보내준 음식과 재료들이 전주에도 엄마는 신선한 나물들과 냉동꽃게와 사골국을 보내주셨다. 바로바로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도록 손질도 다 해서 보내주시니 감사하면서도 항상 죄송함이 든다.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게 우리 가족의 의무이자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라 여기며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도 할머니가 보내주신 거라고 먹으라 하면 싫어하더라도 잘 먹어준다. 할머니의 사골국은 엄지 척을 들며 먹는 아이들의 최애음식이다.
양념을 넣고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 냉동꽃게를 넣었다.
금세 껍질이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꽃게의 향이 가득 퍼졌다. 하지만 간을 볼 수 없어 딸아이에게 간을 봐달라 했다. 내겐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 특히 꽃게와 새우에서 가장 강하게 올라왔다. 엄마는 새우 알레르기만 있는 줄 알고 계시기에 식구들이 좋아하는 거라며 제철이 되면 양념게장, 간장게장, 생물 꽃게를 택배로 보내주신다. 새우도 보내주시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막내로 태어나서 그런가! 어릴 때 쉬원찮게 먹여서 그런가 워째 그런다냐." 하며 속상해하신다.
그럴 때마다 극복해 보려 도전해 보지만 번번이 응급실로 실려 가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대신 남편과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음식을 한 후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낸 후
전화를 걸었다.
"엄마! 비 많이 와?"
"이. 아까는 하늘에 구녕 난 것처럼 무섭게 내리더구먼 지금은 잠잠허네."
"다행이네. 오늘은 회관 안 갔어?"
"비오니께 안 갔어."
"엄마! 오늘 꽃게찜 했어."
"이. 그려, 잘했구먼 근디 딸냄이는 못 먹어서 워쪄. 구경만 해야 쓰건네."
"난 두릅이랑 풋마늘 무쳐 먹으면 되니까 괜찮어"
"풀떼기만 먹으면 힘이 나간 고기를 먹어야 나지."
"비린내도 안 나고 손질해서 보내줘서 바로 끊였지."
"그려. 사위랑 애들이랑 맛있게 먹으랴혀"
"사위가 고생이 많어. 애들 셋이나 키우려면 똥 빠지겠어."
"그러니 힘들어도 맨날 나가지."
"그래야지. 애들 키우려면. 너도 아프지 말고 몸 잘 챙겨."
"그려. 엄마! 잘 챙기고 있어. 걱정하지 마셔."
"엄마 덕분에 신랑이랑 애들이 호강허네."
"엄마한티 잘하라고 보내는겨. 엄마한티 못하면 보내주간디."
"역시 울 엄니 최고여. 맛있게 먹고 언능 건강해져서 보러갈께"
"그려. 건강하게 잘 지내. 이잉"
나는 엄마에겐 아직도 챙기고 보살펴야 하는 막내딸이었다.
막내딸 잘 챙기라고 신랑과 아이들에게 보내는 신호!
그 신호를 꽃게찜에 가득 담아 준비한다.
그 신호를 받은 신랑과 아이들이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감사함을 간직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조용히 전해본다.
"엄마! 사랑해"
#꽃게찜 #엄마사랑 #할머니의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