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역이란
심사역이 되고 싶고, 라이트하우스가 궁금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많이 받았던 질문과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심사역은 투자자인가? -> 아닙니다. ( 심사역이 되려고 하시는 분들도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생각하고 계십니다. 좋은 스타트업 찾아서 투자하고, 잘 성장해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대박 나고, 심사역도 큰 보상을 받는다. 맞습니다. 이게 딱 보고 싶은 하이라이트일 뿐입니다. 다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
우선 심사역은 투자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 자산을 위탁받아 대신 운용해주는 전문가입니다. 이에 반해 투자자는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직접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누구에게 자산 운용을 맡길까요? 아무나한테 맡기지 않죠. 이 대답이 심사역입니다. 우선, 인사이트가 높다, 투자를 잘한다는 자질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또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합니다. 투자과 관리, 회수, 분배. 모든 과정에서 투자자를 위해 결정한다는 믿음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비중을 따지자면 믿음이 자질만큼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믿음을 받을까요?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그냥 지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업무를 하며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각 과정에서 본인의 판단에 대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는 느낌을 주고받아야겠지요.
남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게 시간이 짧게도, 길게도 걸립니다. 특정한 계기에 서로 믿음이 싹틉니다. 그때까지 잘 버텨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을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각자 그런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심사역 진입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 유망 직종에서 전문성을 쌓으세요. ( 일반적인 답변은 어렵습니다. 다만 VC 업종의 특징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냥 진입 시기를 참고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VC는 인원이 적습니다. 대게 10여 명입니다. 그 인원으로 다양한 투자영역을 커버합니다. 현재 인원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때 인력을 보강합니다.
새로운 산업군이 주요 투자처로 떠오를 때, 그 분야 경력자를 찾습니다. 그 분야 또한 호황이라 그쪽에서도 기회도 많고 보상도 좋습니다. 주저하고 있다가 분위기가 시들해질 때 옮기려고 합니다. 그때는 투자회사에도 그쪽 인력을 채용하지는 않습니다.
VC 가 되고 싶으신 분들은 자신이 속한 업종이 호황일 때, 그래서 아직 그쪽 투자가 활발할 때 옮기시기 바랍니다.
한국 VC와 미국 VC의 다른 점은? -> 투자재원이 다릅니다. 태생이 달라요. 역할이 다릅니다. ( 이 질문은 한국 투자 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
음식 맛의 70%는 재료라 합니다. VC의 재료는 투자 재원입니다. 두 지역의 차이는 투자재원의 성격차이입니다.
한국은 국민연금, 모태펀드, 산업은행, 신성장금융 등 공공자금이 투자조합 결성을 이끌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출자사업(콘테스트)을 하고, 선정된 운용사가 다른 민간자금을 매칭해 펀드를 결성합니다.
공공자금은 감독 기관으로부터 지도를 받습니다. 특히 공정성, 투명성이 강조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투자 실패한 경우에, 혹 부정한 일이 있지는 않은 지 소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투자와 잘 맞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빠르게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이에 맞춰 투자도 이루어집니다. 속도가 중요한데 실패에 대비해서 소명할 내용을 다 준비하며 사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대박이 나서 다른 손실을 커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합은 만기가 있습니다. 공공기금은 조합이 해산할 때 현물 즉 스타트업 지분을 분배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운용사는 어떻게든 현금화해야 합니다. 이게 거슬러 올라가 투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현금화가 쉬운 투자를 우선하는 거죠. 만기 내에 현금화 가능한 스타트업 딜에 투자가 몰립니다. 투자기간도 정해져 있어 후행 투자를 여러 번 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투자사가 운용하는 다른 조합이 선행, 후행 투자하는 것도 투자의 공정성 문제로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 VC는 재원이 다양하거나 민간 위주입니다. 수익이 우선입니다. 그에 맞춰 자율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Work and Life 밸런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 젊어서 Work 하는 게 그래도 낫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인생을 즐기는 건 멋진 일입니다. 젊었을 때 해야 하고 즐길 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Work는 등한시하고 Life에만 가치를 두는 건 반대입니다.
체력이 될 때 몸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젊을 때 바닥에서 기술과 시장을 익혀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험은 모래성입니다. 젊었을 때던 나이 들어서는 Work의 총량이 있다 생각합니다. 나이 들어 Work에 내몰리면 Work를 구걸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젊었을 때 Work를 Life 보다 소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만이 즐길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