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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채용하기(1). 서류평가

서류 검토

by 고병철

2월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메일 수십 통이 왔다. 공고에 정한 마감시간이 지나 보내온 이력서를 제외했다. 시간을 지키는 것도 심사역에게 중요하다. 뒤늦게 봤다 하겠지만, 할 수 없다. 공정해야 한다. 그게 사회다.


지원한 분들은 많고, 모두 자신감 넘치고 성실하다. 서류와 한두 번의 면접으로 결정해야 한다. 직장을 찾는 건 가장 큰 일 중 하나다. 충분하게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이력서는 그 결과물이다. 즉 지원자가 최선을 다한 문서라 생각한다. 그런 이력서를 보고 또 보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고 싶다.


우선, 어떤 항목을 썼는지 봤다. 학력, 경력은 당연히 있다. 어떤 분은 리더십, 협동심을 강조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쓰셨다. 가족 관계, 종교, 병역, 혈액형, 취미, 결혼 유무도 채용에 유리하다 생각되면 쓸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과잉 정보다. 꼭 필요한 부분만 쓰는 편이 나는 좋다. 고민된다면 물어보자. 그것도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사가 퉁명스럽게 대답한다면 지원할지 말지를 다시 생각하자.


이력서 형식과 배치도 살펴봤다. 뭐든 앞부분에 집중도가 높지 않을까. 그쪽을 특히 잘 써야 한다. 보는 사람도 앞에서 쓴 부분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겠지, 분량이 많은 부분이 자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지 않겠나. 중요한 부분을 덜 중요하게 쓸 필요는 없다. 밑줄이라도 치자.


내용의 맥락이 기본적으로 안 맞는 지원서도 있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한 것과 같은. 단순 실수로 봐야 할까? 비슷한 경쟁자가 있다면 다른 분을 먼저 고려하겠다. 이력서에 실수할 분이면 회사 업무에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까? 탁월한 이력을 가진 분이라면 별도로 고려하겠지만, 실수 없이 작성한 분을 더 마음에 둘 수밖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력서 뒤에 숨은 지원자의 행동을 상상했다. 어떤 마음일 때, 어떤 성격일 때, 어떤 행동을 할까 생각했다. 그런 행동에서 어떤 분인지 좋은 힌트를 얻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이력서에 적힌 글자 외에 그분을 알 수 있는 시그널들을 찾으려 했다.


우선, 메일을 어떻게 보냈나 살펴봤다. 어떤 분은 메일 본문이 이런 식이다. "귀사의 공고를 봤다. 이력서를 첨부했다. 봐주시기 바란다.” 간단했다. 또 다른 분은 이렇게 보냈다.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제 이력은 ….. 주 업무는 …. 였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산업분야 전문성을 봐달라.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겠다." 당연히 이분한테 호감이 갔다. 첨부를 열지 않아도 주요 내용을 알 수 있다. 이분은 업무에도 이렇게 메일을 보내겠다 싶었다. 성실하구나 생각했다.


그럼 어떤 분이 적극적인 분은? 자기소개서에 많은 분들이 적극적이라고 했는데, 진짜 적극적인 분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했다. 일단 찾아볼 거다. 어떤 회사인지?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자기가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메일 본문에 쓰던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적극적으로 쓸 거다. 채용과정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꾹 참지 않고 물어볼 거다. 메일이던, 전화번호를 어떻게든 찾아서..


그렇게 생각하니 보내온 메일과 이력서가 좀 달리 보였다.


임직원들이 각자 서류심사를 통해 각각 10분을 뽑았다. 보는 눈은 비슷한가 보다. 15분으로 모아졌다.

그중 10명분을 정하고 일정을 잡았다.


이제는 면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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