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선한 대표되기

by 고병철


작년 이맘때. 관리팀에서 신입 직원을 뽑았다. 대학 4년 휴학 중이었나. 큰 애보다 한 살 많았다. 나는 그때 퇴직 진행 중. 대주주는 후임자를 찾고 있었다. 업무 지시하기도 그렇고 출퇴근 때 인사만 받았다. 그녀에겐 첫 번째 직장이고 어쨓던 나는 대표. 혹시 대표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주지는 않았을까 미안하고 걱정되었다. 첫 월급 다음날 출근하니 이게 있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얼마 후 나는 떠났다.


이제 일 년. 지난 월요일 차 한잔 하자 불렀다. 졸업도 했다. 친구 중 아직 유일한 취업생이라 떡볶이 값을 도맡아 낸다 했다. 우여곡절로 힘들긴 해도 밝았고 말도 잘했다. 이렇게 말이 많은 아이였구나 ㅎㅎ. 나를 불편해하지 않아 좋았다. 곧 설, 가벼운 선물을 줬다. 일 년 전 답례라 말했다. 감동이라나. 뭔가를 베풀면, 언젠가 돌아온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사회 선배로서 약간의 의무감. 아니다 싶으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하지만 힘든 정도면 2년은 채워보라고도 했다. 많이 웃어서 나도 따라 자주 웃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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