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많이 계획하지 말자.

by 고병철

몇 년 전부터 2월에 꼭 한 번은 포항 간다. 작년에는 19일, 오늘 길에 대구 현풍에 들러 생각으로 차를 몰고 갔다. 전날부터 약속했던 부사장님이 몇 차례나 오셔도 괜찮겠냐 여쭈었고, 저는 상관없다 했다. 한데, 엄마도 한사코 오지 마라 했다. 아,, 대구 코로나 집단 감염 발생. 기업들이 비상 걸렸다. 생각 이상으로 심각. 가고 말고 가 내가 정할 문제가 아니구나, 전화로 안부만 여쭙고 모두 취소.


(경주 양동마을에서 볕 구경하고) 대구를 빙돌아 우회해 돌아왔다. 대구에 갔다 오면 2주간 자가격리, 대구 시민은 스스로를 고립했다. 마스크 대란이 오고 3월 하순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긴축경영. 예정된 채용도 취소되고 무기한 연기. 지수는 한없이 추락해 바닥을 찍고. 그 와중에 나는 직장을 그만뒀고, 이후 연락 온 회사들은 줄줄이 미안하다 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 찾았는데, 이번엔 어머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일 년 동안 멘털을 시험당했다. 새로 태어난 한 해 같다.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많이 계획하지 말자, 원칙이란 것에 의지 말자. 과거의 틀로 보기엔 세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물 샐 틈 없는 대비는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대응이다. 상상으로만 끝날, 걱정스러운 미래 때문에 중요한 오늘 하루를 낭비하지 말자. 하고 싶은 건 오늘 하자. 용서하고, 감사하고 고맙다, 슬프다 싫다 하자. 감정을 꽁꽁 감싸지 말자. 그래서 서백당(참을 인을 백번 쓰며 감정을 다스렸다는 곳)을 필요 없게 하자. 그게 아직 잘 안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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