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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Apr 22. 2021

선생님 우리선생님.2019.09.22


토요일 초등학교 졸업반 선생님 댁을 친구들과 갔다. 선생님은 교대 졸업 후 첫 부임 학교 3년 차에 교장 선생님을 졸라서 우리 반, 6학년 5반을 맡으셨다.


시골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못 받던 우리들. 가난하기도 했고, 부모님들도 자식 돌볼 여유가 없어 거저 선생님만 믿어요 했던 시절. 학교라도 보내면 다행이다. 바쁜 농번기에는 학교도 아예 임시 휴학했다.


선생님은 60명이 되는 애들을 데리고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대구 달성공원에 가셨다. 호랑이, 사자, 코끼리를 직접 보여주신다고. 멀미하는 애들도 있었을 거고, 대절버스도 아니고 그 많은 애들을 혼자 건사하셨다. 선생님도 그게 그렇게 큰일인지 모르고 하셨을 수도 있겠다. 


한글을 못 깨친 친구는 따로 학습시키셨다. 서예, 발레를 가르치셨다. 반 성적이 너무 좋아 질시와 은근한 오해도 받기도 했다. 우리는 너무 좋은 인큐베이팅을 받았다.


그게 어린 마음에도 전해졌다. 그래서 한 40년 전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게 중에 특별히 잘 기억하는 친구가 있다. 세 아이 엄마, 애 낳으면 기억이 떨어진다는 데, 어제일 처럼 생생하게 이야기했다. 혹 내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마음 졸이면서 맞장구쳤다.


첫 발령에선 다 그래 할 수도 있겠다. 처음엔 다들 열정이 있으니까. 선생님은 작년 퇴임하실 때까지 형태를 바꿔서 계속되었다. 선생님은 승승장구,,, 교육장 하시고 작년에 정년 퇴임하셨다. 지금은 전원생활을 즐기신다.


선생님이 꼭 빼놓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잘 된 건 다 류 선생님 덕분이다, 많이 희생하셨다 했다. 류 선생님은 남편이다. 선배교사와 결혼하셨다.


댁에서 류 선생님을 직접 뵈었다. 비가 촉촉이 내리는 데, 운동복 차림으로 마당일을 하고 계셨다. 그만 하시라 해도 괜찮다 하셨다. 우리 선생님은 딱 하루만 하셨다 했다. 우리 선생님이 못하실 일이다. 늘 그렇게 선생님의 빈 곳을 류 선생님이 메우시지 않았을까. 


혼자 잘하기 쉽지 않다. 아무리 효율을 높인다 해도 시간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 채워줘야 한다. 모든 일이 그런 거라 생각한다. 멋있고 폼나는 일 말고,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꼭 해야 할 일, 그런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해주는 그런 파트너가 있다. 우리 선생님은 늘 류 선생님 덕분이라 하셨다. 티 날 수 없는, 티 내서는 안 되는 노력을 알아줘야 한다. 그럼 더 잘할 마음이 생길 거다. 그게 윈윈의 기본이지 않을까.


우리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요. 친구들 또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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