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가 줄줄. 월초 엄마 기제사를 시작으로 어제 할매할매. 앞으로 아버지, 추석까지. 할배도 고1 여름방학 때 돌아가셨다. 할매랑 합치지 않았다면 여름에서 추석까지 다섯 번 제사상을 차릴 뻔.
간소하게 한다 해도 손이 간다. 지갑도 비고. 월급 받는 나도 힘든데 시골에서 엄마 아버지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손도 안 보태면서 사과가 어떠니 조기가 좀 그렇니 하는 제사상 손님들하고 사이가 좋기가 어렵겠다 싶다.
애들 눈치도 보인다. 자기들은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인데 어떻게 추모를 하냐는데. 나도 나의 증조부 증조모를 뵌 적은 없으니. 아빠의 할매 할배니 인사드린다 생각해라 부탁했다.
코로나로 아무도 오지 마라 했다. 나와 딸 둘과 술을 따르고 잔을 올렸다. 와이프가 이리저리 코칭하고. 다음 제사 메인은 갈비찜으로, 피자 보쌈도 좋고. 마카롱도 괜찮다. 서울 맛집에 맛난 음식을 하나씩 올리자 했다. 조상님께 지금 제일 맛있는 거 올리고 덕분에 우리도 입호강하자고.
세월은 빠르고 무섭게 변한다. 어릴 적 내 70년대 농촌 생활은 일제 강점기처럼 아득하다. 지금 분당 생활과 한 백 년은 차이나는 것 같다. 맞춰 살자. 그래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