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삶의 오리발, 선배

2025.12.26

by 고병철

수요일 수영은 오리발 강습날. 처음 신은 날은 신세계였습니다. 발차기 한 번에 몸이 쑥 나갔습니다.


지금은 그 수업 시간이 힘듭니다. 더 고되게 합니다. 허벅지 압박감이 큽니다. 어찌 되었든 이번 수업에서 5바퀴를 한 번에 돌았습니다. 이제 제 목표는 맨발 다섯 바퀴, 오리발 덕분입니다.


삶에도 오리발이 있습니다. 어릴 적 자전거를 잡아주던 손처럼요. “될 것 같다”는 기대를 주고, 달리는 쾌감도 주었습니다. 어느 순간엔 없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주고요.


이번 주 휴학생 후배 둘이 찾아왔습니다. 한 명은 창업 행사에서 만났고, 한 명은 제 수업을 들었던 친구. 같이 온다기에 의아했는데 고교 친구였습니다. 둘 다 복학 준비 중이었습니다. 창업했던 친구는 지분을 정리했고, 한 명은 전역했습니다.


그들에게 뭐라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달콤한 말은 아니었을 텐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정답’은 아니었겠지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고맙죠.


한 명은 열두어 살 위의 선배 창업자에게도 무작정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바로 시간을 내줬다고 합니다. “이렇게 반갑게 받아줄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요즘 고민은 누구랑 얘기하니?” 한두 살 많은 선배들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말했습니다. 또래끼리 이야기하면 당장의 감정은 잘 풀린다. 긴 방향을 잡는 데는 10년쯤 앞선 사람도 찾아보라고.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모를 때 연락하라고. ‘나의 후배’이자 ‘그대들의 선배’를 연결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덧붙였습니다. 다른 대학에 다니는 과학고 친구들도 환영이라고.


어릴 적 저는 로켓을 쏘고, 신소재를 실험하고, 지구와 별을 탐사하는 과학자를 꿈꾸었다. 이제 내가 직접 못하면 어떻습니까. 후배들이 맨발 다섯 바퀴를 돌게 될 때, 내가 조금 손 보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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