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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Jul 08. 2016

41. 미꾸라지가 흐린 물, 곧 깨끗해진다

따뜻한 5월. 이사회다. 안건은 두 가지. 지상파 DMB 콘소시움에 5.5억을 투자하는 건이다. 지분 1.9%를 갖는다. 주주가 되어 부가서비스도 하겠다는 생각이다. 미디어 회사의 지분은 자산가치로도 좋다고 주장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탐탁지 않았다. 아직은 큰 금액이었다. 지상파 DMB는 사업성이 검증되지도 않았다. 하반기 IPO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창업 후 4년 동안 계속 흑자를 내고, 전년도 영업이익 19억에서 100% 증가를 자신했다. 사장님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할 수 없었다.


다음은, 우리 사주조합. 수량은 이견 없었다. 안건에는 발행가가 주당 1,000원. 막 주당 8,000원으로 25억 원 투자받은 뒤였다. 공모가를 대략 7,000~9,000원으로 잡고 있었다. 액면가 500원으로 하려다가, 올린 거라고 하셨다.


주려면 화끈하게 줘야 효과가 있다고 몇 번이고 말하셨다. CFO는 좀 겸연쩍어했다. 시가보다 너무 낮으면 차액이 손실로 잡혀 이익을 잡아먹는다. 공모가 산정에 좋을 리 없다. 사장님은 그것보다는 직원들 사기였다. 일반직원들의 사기도 중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잭 웰치도 "5%의 우수한 인재가 나머지 직원들을 선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95%의 B급 인재가 없다면 기업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고 했다. 졌다. 원안대로 가기로 했다. 대신 사장님은 열심히 해서 이익을 많이 내기로 했다.


희망자에게 배정하고, 실권주 배정도 끝났다. 직원 57명이 우리 사주를 가지게 되었다. 입사 2개월 된 신입 직원 한분은 2,100 주를 받았다. 2년 차에는 3,200주도 있었다.


순조로왔다. 통과되었다.


해가 바뀌었다. 코스닥은 지난 1년 반 동안 달려왔다. 지수가 330에서 740으로 올랐다. 이제 좀 힘이 부쳐 보였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는 12,000원. 밴드 상단을 넘었다. 공모시장은 아직 살아있었다. 주관사는 15,000원으로 올렸다. 발행사가 수수료율을 베팅했다. 주관사도 이를 받아서 베팅했다.


일반공모로만 했다. 우리 사주조합에는 우선 배정하지 않았다. 청약경쟁률은 596:1. 성공했다. 임원들은 상장 후 1년 동안 보호예수 되었다. 6개월이 지나면 조금씩은 매각할 수 있다. 벤처금융도 1개월 매각 금지되었다. 우리 사주조합은 결성 후 1년간이다. 그러니까 5월까지다.


2월 초 상장되었다. 주가는 공모가를 힘겹게 지키다가 내려갔다. 기관들이 팔고 나갔다. 오버행이 해결되고 10,000원으로 올랐다. 이후 공방이 치열했다.


봄이 되자, 주니어들의 퇴사가 이어졌다. 일단 그만두고 본단다. 딱히 계획도 없다. 유럽 배낭여행이나 가려고요. 작년에 막 입사했던 직원들은 연봉만큼 벌었다. 대입을 다시 준비한다는 말도 있었다. 우리 사주는 장학금이 되었다.


앞으로 기대한다고, 열심히 해달라고, 이사회서 그렇게 싸웠는데. 그건 사장의 바람일 뿐. 1년 동안 일만 배우다가 나갔다. 고맙긴 해요. 그렇게는 말했다.

.....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어디서든 적응해서 생존에 최적화된다. 사회적 환경 아래에서도 마찬가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최적화된 결정을 한다. 어딜 가나 있다. 얄밉다. 사장님으로선 복장 터질 일이다.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일부였다. 50여 명은 차분했다. 오히려 사장님이 주식은 팔아, 이익을 챙기라고 했다. 대부분 최소한의 직업적 윤리를 가졌다. 받은 만큼은 일해주어야 한다는 "상호성의 원리"는 인간의 본성이다. 


좋은 의도로 하는 일인데도, 몇 명에게는 허를 찔린다. 과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감정적인 피해의식이 이성적인 평가를 압도한다. 시야가 흐려진다. 하지만, 미꾸라지가 지나가면 곧 깨끗해진다. 구더기를 무서워해 가지고는 장을 못 담근다. 그것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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