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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Jun 18. 2017

블라디보스토크 2박 3일

2017.07.16 미래포럼 7시 해외 워크숍

러시아에 처음 갔다.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북한보다 위쪽. 재작년 시안, 작년 대만, 미래포럼에서 세 번째 해외여행지로 정했다. 늘 같이 가는 또래가 있어 반갑고 즐겁다.


비행기가 일단 서해로 빠진다.  공해로 갔다 북쪽으로 틀었다. 중국 단둥을 거쳐 만주 벌판으로, 거기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크게 돌아갔다. 국적기라 북한 하늘로 못 가고,, 동해 쪽은 북한이 미사일 쏘는 방향이라 안 간다고.. 공해까지 가는 데도 오래 갈릴 것 같다. 러시아 항공은 직선 코스로 간다. 한 시간 빠르다.


만주 벌판은 처음 봤다. 비행기에서 봐도, 호수도 많고, 도시도 많고, 넓었다. 두만강 너머 러시아 지역으로 가면 색깔이 변했다. 나무가 빽빽하고, 도시도 없고, 숲 속에 길만 실처럼 보인다. 가이드가, 거기가 국립공원..우리 백두산 호랑이( 거기선 아무르 호랑이 또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산다고 했다. 연해주는 한반도 2/3 크기에 고작 190만이 산다. 노는 땅이 70% 고.   


드디어 착륙. 블라디는 정복하다. 보스톡은 동쪽. 동쪽을 정복하라 는 뜻이다. 공기는 청량하다. 바람 불면 쌀쌀하고 햇볕은 따가웠다. 서울은 30도 여긴 20도 안된다. 여기 여름 시작이다. 겨울하면 영하 40도라고. SUV도 가솔린차가 많다. 바다에 얼음이 1미터 두께로 언다. 차로 들어가 얼음 낚시한다.


언덕에 올라 항구를 내려 봤다. 위치가 용두산 공원 비슷하다. 부산하고 자매결연 맺었다고 하는데 생김새도 부산항 같다. 여기 사람들은 서울보다 부산이 더 큰 줄 안다. 반도와 섬이 어우러진 홍콩하고도 비슷하다. 군함이 정박해 있다. 날이 좋아 멀리까지 보였다. 동해로 발진하는 모양이 태평양으로 향하는 가고시마 비슷하다.


유럽풍 거리. 시간과 돈이 더 들어도 외벽은 그대로 두고 고친다. 중고차가 많다. 도로는 우측통행인데 운전석이 반대인 일제차가 많다. 버스는 대우, 기아 가 많고.


인구 60만 항구도시. 포항 정도. 항구 주변에 주요 시설이 모여있다. 같은 곳을 몇 번 스쳐간다.  사람 구경도 좋다. 젊은 이는 체형이 확실히 다르다. 나이 드신 분은 비만이 많고.


항구에 영원히 정박한 군함. 2차 대전에서 독일 함정 14척을 침몰했다는 잠수함은 이제 박물관이다. 안으로 들어갔다. 고개 숙이고 다녀야 한다. 어뢰 옆 다층 침대에 누워봤다. 좁다, 또 짧다.

2차 대전 승전국이긴 하지만, 이전 러일전쟁에선 졌다. 일본 해군력을 두려워했다. 강제이주도 그 때문도 있다. 아시아인 중에 일본 첩자가 있다고 생각했단다. 독립운동가도 누명쓰고 목숨 잃은 분들도 계시다 한다. 도시 곳곳에 군사시설이었다. 호텔 부근 언덕도 요새다. 해안포가 남아있다. 요새 본체는 이제 전시관이다..


옛날 배에서 내려 시내로 가려면 개선문을 지난다. 공원에는 어김없이 조각물이 있다. 레닌이던 대제 던, 아니면 예술품이던.



저녁 먹고 간 해양 공원은 자유공간이다.  야외 카페, 간이 나이트, 요트 선착장, 야외공연장. 자유롭다.  애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다 가고. 시원한 동해 바람맞으며 맥주 한잔으로,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2차 대전에 적대국이었던 일본과 미국은 제일 큰 동맹이다. 어릴 때, 소련은 우리의 원수였다. 냉전때 KAL기를.오츠크해에서 격추시킨 적도 있다.. 앞으로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뀔 건지....


이튼날.  일찍 일어났다. 한 시간 빠른 데다. 낯선 곳엔 일찍 깬다. 아침 산책은 재미있다. 길에 쓰레기가 없다. 해양공원 주변을 둘러봤다. 카페 앞에 청년 처자들이 모여있다. 밤새 즐긴 모양이다. 아직 일러서인지 아침 먹을 마땅한 대중식당이 안 보인다. 토요일이라 그런가. 같은 규모의 중국 도시보다는 깨끗하고 정돈돼 있다. 질서도 잘 지키고.  


루스키 섬으로. 차로 삼십 분 걸린다. 긴 사장교는 이곳의 자랑이다. 2013년 아셈 회의 때 만들었다. 푸틴이 회의 장소를 모스크바에서 극동으로 옮기고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한다. 지금도 돈이 몰리는 지역이다.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올랐다. 30평대 아파트가 평당 1,000만 원 수준이다. 그것도 요즘 환율이 반토막 나서. 서울이 싼 건지. 참. 여기도 중국 같이 지상권만 있다.


루스키 섬은 원시 섬. 제주도 삼분의 일인데 사람이 없다.. 아담한 언덕. 해안가 절벽. 섬 곳곳에 벙커가 남아 있다. 몇 년 전부터 개방되었다. 제주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다. 절벽과 해안을 따라 완만한 비탈길 트레킹. 현지인들도 좋아한다. 지나는 길에 잠수부가 잡은 러시아산 해삼도 맛봤다. 자연 속 오솔길 세 시간. 시원한 동해 바람 좋다


트레킹 맨 끝에는 한반도 북부 닮은 북한 섬이 있다. 진짜 닮았다.



돌아오는 길은 밋밋한 아랫길 보다 해안길로 갔다. 안전시설 이라곤 전혀 없는 곳. 벼랑길, 바람길이다. 곽상무와 내가 가니까, 자연스럽게 이쪽 코스로 오신 양이사님이 좀 걱정됐다. 다리가 후덜 거렸다 말씀하셨다. 그 코스를 지나 숨 고르기하며 한 장 찍었다.

점심은 한인 식당 김치찌게. 사리 추가요. 중국 공장에서 만든 신라면이 오천 원이다. 저녁엔 그것마저 떨어졌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시작 역. 중앙역 앞에 레닌 동상이 있다. 여전히 우상이다. 중국 관광객들은 광장 레닌 동상 앞에서 설명도 한참 듣고 사진도 찍고. 우리는 스킵. 여기서 모스크바까지. 하루에 세 번 출발한다. 오리지널 열차 앞 기념사진을 찍는데 경찰들이 우르르 왔다. 누가 출발하는 기차를 만졌다고. 우리 일행 중 두 팀이 기차에 올라타는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엄히 금지돼있다고. 가이드는 여긴 공권력이 세다 했다. 문제 생기면 해결 안 된다고. 교통경찰 힘도 엄청났다. 지시봉으로 까닥까닥. 차들은 온순해져야 한단다. 친절하고 조금은 안쓰런 대한민국 경찰과 비교된다. 여기서 바이칼까지 72시간 걸린다. 말이 침대 여행이지 엄청 곤란의 길이라고. 바이칼 직항이 생겨 여기서 가는 한국 관광객이 확 줄었다 한다. 시베리아 고속철이 생기면 한번 타 보리라.



향토 박물관. 여기도 레닌이 주요 테마.  고대 토기, 원주민 사진이 전시돼 있다. 동아시아 몽골인이다. 여기가 소련 땅이 된 건 150년 전. 청나라는 아편전쟁을 러시아가 중재해 고맙다고, 쓸모없는 땅 연해주를 넘겨준다. 베이징 조약이다. 그전엔 동아시아인들 터전. 거슬러 가면 고구려 땅이고 발해 땅. 발해가 망할 때 러시아의 초기 국가 키예프 공국이 막 시작됐다. 그렇게 늦은 러시아가 이 보물 같은 땅을 차지하고 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근대사에도 여기는 한민족 역사와 관련이 크다.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 무대였다. 함경도에 기근이 들자 생계형 이민자들이 넘어왔다. 한인촌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들이 모여들었다. 안중근 의사도 여기서 활동했고, 그를 지원한 최재형 선생의 거주지가 남아있다. 소련이 일본과 대립하던 1930년대, 스탈린은 여기 소수민족을 모조리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 슬라브족은 오게 했다. 군사방위 목적이었다. 17만 한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갔다. 그때부터 아시안 땅에 유럽인만 살게 된다.


혹자는 베이징 조약 때 청나라 황제가 큰 물(바다)을 경계로 한다 했는 데, 바다를 본 적 없는 관리가 우수리강, 호수를 큰 물이라고 정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10여 키로 더 갔으면. 소련이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는 일이 없었을 텐데. 강제 이주 없이 아시아인이 계속 살고 있었다면,  지금 연해주는 소련 붕괴될 때, 우즈벡이나 카자흐스탄처럼 독립국, 아니면 자치구, 혹은 중국령 혹 한국령이 됐을 망상도 해본다.  



신선한 러시아산 대게, 대구는 모두 어디로 갔나. 여기는 생물 유통이 안된다네. 잡자마자 냉동된다. 러시아산 해산물의 진정한 맛은 한국에서 맛볼 수 있다.

혁명광장에서 자유시간. 몇 번을 오간 거리를 걸었다. 자유여행 하기 좋은 시내 구조다. 웬만한 명소는 걸어서 가볼 수 있다. 율 브린너 생가도 있다. 지주 아들이 혁명으로 쫓겨나, 미국에서 성공하자, 블라디보스토크가 미국인, 한국인, 일본인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또, 권상우가 다녀갔다는 식당은 한국 여성 여행객들의 성지가 되었다.



이렇게 2박 3일.. 미래포럼 수강 동료들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탐방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데는 우리 민족과 인연이 있는 곳이다. 지금은 남의 땅일지라도 조상들의 무대였고, 다음 세대의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연해주에서 일어난 일들을 조금 알게 되었다. 달리 보인다. 영하 40도의 버려진 땅. 십 년, 이십 년 지났을 때, 어떤 의미를 가진 땅이 될까. 역사에 늘 그런 반전은 있어왔다.


해외 트레킹은 처음인데, 해볼 만하다. 걸어 다니며, 천천히 보고, 밟아보고,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게 좋다. 또 이런 기회를 갖고 싶다. 그런 면에서 블라디보스토크는 하루는 시내 도보 자유 여행, 하루는 자연 속의 트레킹 하기 좋은 곳이다. 다음에 갈 때는 라면과 커피포트를 가져가는 게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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