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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Oct 21. 2017

강남 나들이-삼성동, 신천동


오늘은 문헌학자 김시덕 작가님을 따라나섰다. 11:50 청담역 1번 출구. 늦지 않으려고 살짝살짝 뛰었다. 정자역에서 신분당선 타고, 강남역에서 삼성역으로.. 가면서 구글맵을 봤다. 청담역이 기다랗게 넓다. 버스가 1번 출구를 지나쳐 사거리 좌회전해서 서는 것 같다. 이 모임에는 처음인데, 늦을까 택시를 탔다. 약속 장소에 도착. 아무도 없다. 작가님이 택시 타고 오신다고 페북에 포스팅하셨다. 혼자다. 아웃도어룩에 가방 메고 가시는 분이 혹 일행일까 지켜봤다. 좀 전부터 주위에 덩치 큰 아재가 있다. 서성이던 젊은 여학생이 옆에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는데, 답사 일행이지 싶다. 나도 인사했다. 한문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이었다. 작가님이 도착하시고, 오늘은 모두 5명이다.


아이파크 옆길로 배수지에 올랐다. 올림픽대로 옆으로 지나가며 봐왔던 언덕이다. 삼성동 토성이 있던 자리라 하신다. 여기서 경기고등학교로 이어졌다. 한성 백제가 쌓았다. 잠실의 몽촌토성도 백제가 쌓았은데, 을축년(1925년) 대홍수 때 토성을 덮었던 토사가 쓸려가면서 발견되었다. 앞쪽 멀리 아차산, 오른쪽에 몽촌토성 쪽이다.  아차산을 고구려에 뺏기고, 백제는 거의 망한 상태로 공주로 쫓겨 내려갔다.  

개발한다고 원형도 파괴되고, 이게 토성인지 그냥 언덕인지, 어떻게 알고 찾으시는지 궁금했다. 땅값이 올라 발굴 조사는 엄두도 못 낸다고. 책도 찾아 보고, 가서 오래 사셨던 분들께 여쭤보고, 요즘은 항공사진도 많이 이용한다고 하신다. 나중은 찾아보기 더 어려울 테니, 지금이라도 기록으로 남기시려 한다.


아래로 내려와 한강 쪽으로 지하도를 건넜다. 처음엔 올림픽대로 휴게소로 지어졌다는 조그만 공원에 한강 종합개발 완료 기념탑이 있다. 한강 남쪽은 여름만 되면 넘쳤다. 잠실은 원래 강북이었다. 한강이 휘감아 내려가 잠심은 반도 같았다. 거기에 여름 큰 물이 내려오면 남쪽은 늘 홍수다. 그러다 샛강(신천 강)이 생기고, 잠실은 섬이 되었다. 그런 한강 줄기를 똑바로 폈다. 샛강이 본류가 되고, 송파강은 메워져 석촌호수만 남았다. 고수부지도 만들고, 이런 사업이 85년 마무리되었다. 강남이 사람 살만한 곳이 된 게 한 오십 년 남짓이다.


원래 한강 남쪽 마을, 강남은 영등포였다. 거기 동쪽이 영동이었다. 영동대교, 영동고등학교, 영동시장이 있다. 더 동쪽은 새로운 동쪽, 신영동이고. 그쪽에 강남이었던 흔적이 지명이나 상호로 남아있다. 한강 물줄기를 바꾸면서 샛강 근처 몇 동네는 물에 잠겼다. 지금은 신천동이란 동네 이름으로만 남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주민들이 옛 고향을 기억하는 비를 세웠다.



물이 범람하는 곳에 바위가 없다. 그런데 석촌동? 그건 인공조형물이다. 거기에 유적이 나올 수밖에.


내 첫 직장이 잠실이었다. 그때 신천이 유흥가였는데, 왜 번화했는지 궁금했다. 이제 알게 되었다. 그 동네에 나루터가 있고, 새마을 시장이 있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다. 지금도 시장이 있다. 오늘 무슨 일이지 보통 토요일인데 그 동네에 태극기가 쭉 걸려있었다.


이렇게 세 시간 답사를 마무리했다. 김시덕 작사의 친필 사이도 받았다. 내가 많이 배웠는데, 가르침을 청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오늘 감사합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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