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버티니 보이는 풍경
13. 버티니 보이는 풍경
도서관에서의 2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 익숙하지 않은 업무, 그리고 계약직이라는 신분이 주는 불안정함은 나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하지만 버티다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지루하다’고만 여겼던 도서관의 일상이 사실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열람실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누군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에너지드링크를 들이켰고, 누군가는 책상 위에 엎드려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창문으로 쏟아지던 햇살조차 그들의 피곤한 얼굴을 위로하는 듯 보였다. 조용히 흐르는 긴장감 속에서, 나는 젊음의 치열함을 보았다.
방학이 되면 도서관은 전혀 다른 얼굴을 했다. 텅 빈 열람실, 규칙적으로 정리된 책상.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쉼’의 의미를 배웠다. 매일 반복되는 민원과 바쁜 리듬 속에서, 방학이라는 공백은 내 마음까지 숨 쉬게 했다. 학생들이 없는 도서관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제야 ‘비어 있음’이 주는 풍경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티면서 보이는 건 학생들의 표정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인사들이 점점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수고 많으십니다.”
책을 빌리며 건네는 짧은 인사, 무겁게 쌓인 책을 들어주며 웃어주던 순간들…. 그런 작은 말과 행동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성과나 지표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계절처럼 바뀌는 도서관의 풍경을 지켜보았다. 봄에는 새내기들의 설레는 눈빛이,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몰려온 학생들의 땀방울이, 가을에는 졸업을 앞둔 이들의 복잡한 표정이, 겨울에는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이들의 다짐이 보였다. 그 모든 순간은 도서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차곡차곡 쌓여 갔다.
버티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버틴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견디는 일이 아니었다. 시간을 견디는 동안, 시간이 내게 건네는 풍경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내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혹시 지금 버티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것을. 내가 보았던 풍경처럼, 당신에게도 언젠가는 선명하게 다가올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다음 글: 〈내가 걷는 곳이 곧 길이다〉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