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그날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 노닥거렸다 前方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 없었다 그날 驛前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
/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未收金 회수 관계로
/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愛人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占 치는 노인과 便桶의
/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 죽었고 그날 市內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작가이성복출판문학과지성사발매2008.05.06
마지막 줄에서 종이 울립니다.
'뎅' 마치 사람이 죽고 나서 치는 조종처럼, 담담한 수채화에 현실의 아픔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의미가 소록소록 새겨지는 그런 시입니다.
나무와 숲이라는 책을 보다가 인용된 구절을 읽고 감전된 것처럼 놀라서 전문을 찾아 읽었습니다.
마치 나의 일기를 보는 듯한 익숙함과 관조풍의 묘사, 그리고 전편을 관통하는 존재에 대한 물음,
우리는 우리의 병을 돌보지 않고 어디에 서있는 걸까요?